나의 이야기

폭포

쨍쨍하늘 2023. 1. 31. 07:20

 

   폭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까지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태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1957)

 

 ***************************************************

 

 안녕?

Happy New Year!

아팠다.

올 것이 온 상황이 충분했다.

나이 듦이

삐걱거리는 육신에 경고를 보내는데..

청춘이 아니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면역력 떨어져서

후회할 거라고!

오래 살지 않아도 되니

사는 동안 아프지 말라고!

알.았.다.고!

 

 약과 함께

일주일을 보내며

심신 미약에

나약해짐을 끌어안았다.

하여

나에겐  오늘밤이 없어야 한다.

내일을 위해

오늘밤을 잠으로 충전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을 맞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병고가 애를 먹이니..

For Tomorrow.

 

 예보대로

금요비가 세차다.

눈도 아닌 겨울비

제법 굵게..

횡단보도에 서자

찰랑찰랑한 웅덩이가 고요하다.

비가 멈춘 줄 알았다.

그러나

빳빳한 아스팔트 위는 똑.똑.

가랑비가 내리는 중..

웃음이 돌았다.

운동화 바닥도 적실락말락한 

그럼에도

명색이 웅덩이라고

동요를 피해가다니..

맞아.

웅덩이

아무 것도 안했는데

보는 이가

관찰자 시점 어쩌며 웃고 있는 거야.

웅덩이가 받아친다.

'뭘 해도 비웃을 작정인 건 아니고?'

Nope!

비웃을 일이 아니라 비유의 예인 거야.

글치만

문득

세상사 얄팍함이 겹쳐 깊은 반성이 따랐다.

Sorry.

 

 저녁 무렵이 되자

비는 Silvery로 변신, 을씨년스럽다.

이런 비는 

패배주의의 파편처럼 스며들고 파고들어

아리다.

 

 멀리서

오는 친구와의 만남이 조심스럽다.

그 친구의 동네까지 가고 싶지 않으면서

그 친구가

둘을 위해 서울로 납시기를 바란다.

'네가 돌아가기 쉬운 서울 끄트머리까지 갈게'

알량한 선심 운운하며..

이 금요비가

멈추면 춥다는데

눈이라도 올라치면..

그 친구는 전철을 타야 한다.

어쩌지..

 

 3rd 일요일 아침

새벽녘은 비였는데

훤해지자 눈이 내린다.

맛난 무엇을 먹고 싶다..

마딸이 사다준 샌드위치.

내용물 대신 빵이 푹신해서 좋았다.

Thank You.

 

 일년을

스페인 갈 생각에

힘들어도

악 물고 버텼는데

두 친구가 시큰둥이다.

우정과 갈망 사이에서 고민.

큰 것을 얻는 쪽을 택했다.

양보.

그런데

의논을 위한 대화는

각자의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게 되고

고상하게

계획이 Dismissed!

아무 곳도 못가는 것이 나의 체면치레가 됐다.

젠장.

 

 또 다른 새해 아침.

이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러 본가로 떠난

아빠, 남편 없이 

세모녀의 아침상으로 시작한다.

마딸은 조랭이 떡국,

또딸은 오리지널 떡국,

잔반!

포장하자면

반반떡국을 탕평채처럼 음미.

 

 난

지금

인생사 총량의 법칙 완수하고 있는 중..

흐윽.

 

 벌써

일월의 끝.

언제부터일까..

이별이 만남보다 익숙하다.

 

   B.Y.E  Ja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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