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떤 친한 시의 벗에게

쨍쨍하늘 2023. 3. 31. 10:10

 

   어떤 친한 시의 벗에게

 

                                                김기림

 

 

 드디어

이 책은 완성된 질서를 갖추지 못하였다.

방황, 돌진, 충돌 

그러한 것들로만 찬

어쩌면

이렇게도 

야만한 토인의 지대이냐?

 

 그러면서도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의연히

상봉이나 귀의나 원만이나 사사나

타협의 미덕이 아니다.

차라리

결별을---

저 동양적 적멸로부터

무절제한 감상의 배설로부터

너는

이 즉각으로 떠나지 않아서는 아니된다.

 

 탄식.

그것은

신사와 숙녀들의 

오후의 예의가 아니고 무엇이냐?

비밀.

어쩌면

그렇게도

분 바른 할머니인 19세기적 비너스이냐?

너는 

그것들에게서

지금도

곰팡이 냄새를 맡지 못하느냐?

 

 그 비만하고 노둔한 오후의 예의 대신에 

놀라운 오전의 생리에 대하야

경탄한 일은 없느냐?

건장한 아침의 체격을 부러워해본 일은 없느냐?

 

 까닭 모르는 울음소리, 

과거에의 구원할 수 없는 애착과 정돈.

음침한 밤의 미혹과 현혹

너는 

아직도 피로하지 않느냐?

 그러면

너는 나와 함께 

어족과 같이 신선하고

깃발과 같이 활발하고,

표범과 같이 대담하고

바다와 같이 명랑하고

선인장 같이 건강한

태양의 풍속을 배우자.

 

 나도 

이 책에서

완전히 버리지 못하였다만은

너는

운문이라고 하는 예복

너무나

낡았다고 생각해 본 일은 없느냐?

아무래도

그것은

벌써

우리들의 의상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물론

네가 

이 책을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영구히

너의 사랑을 받기를 두려워한다.

혹은

네가

이 책만

두고두고 사랑하는 사이에의 정신

한 곳에

멈춰 설까 보아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네가 

아다시피

이 책은

쇼와 5년 가을로부터

쇼와 9년 가을까지 동안

나의 

총망한 숙박부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내일은

이 주막에서

나를 찾지 말아라.

나는 

벌써 

거기를 떠나고 없을 것이다.

어디로 가느냐고?

그것은'내 발길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어디든지 가고 있을 것만은

사실일 게다.

 

                                          쇼와 9년(1934년) 10월 15일 저자 김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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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지다.

근대에 

이런 지적 마력을 발산할 줄 알았던 이.

경이롭다..

감탄지경.

 

 3년 만에 

다시 수영장 등록.

치열한 간발의 차이

온라인 결제를 마친 순간은,

스타트하여

pool 밑바닥까지  들어가 통통..

pool 밖으로 얼굴을 들어

호흡 한 번 당겨주는 쾌감 같았다.

  

 토요일 

자유수영 시간.

시간대가 달라서 만날 수 없게 된,

예전의 같은 반

어르신들과의 조우.

환대의 말귀들에 감사, 감사.

그 텃새를

유일하게(?) 버티고

팀으로 인정받았던

1인의 귀환은

이쯤 돼야 한다.ㅋ

 

 견디는 힘은

도달하고 싶은 목적이

강렬할 때

왕성한 법이라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언짢은 일들

잡힐 듯

잘도 피해가는 기회,

느닷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경우,

너덜너덜한 채로

건진 damage 속 실속(?)

속 없는 교재실장은

예상 밖 수량에 

시름 건졌는지

신나라 하며

아부 같은

과찬 건네는데

실소와 한숨.

그래,

또 달려보자.

생각해 보니

작년도 이랬다.

그러나

작년 같지 않을 거다.

변수를 끌어안은 상황이

여러모로 열악해졌다.

글타고?!

지루했던 routine에

의욕 불살라보는 거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그럴싸하게 

평정하는 목표를 정하는 거다.

 

 대체

얼마나

운동을 안 했는지

오리발 끼고 도는데도 헉헉.

제일 느린 분

뒤에서 호흡 조절하며

따라가기

삭신이 욱신욱신.

그래서

다짐매김

한 달 뒤에는

'예전의 나로 돌아오리라'

 

 결정적 과실로 

피할 수 없는 지탄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반성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이에게

동기유발자의

맥락을 고려하여

그가

살아온 사회로

따뜻하게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주변인들의 몫은,

편견의 잣대 접고

오지랖으로 포장한

너그러움 버리고

그저

'덤덤함'으로 마주하는 거다.

 

 3rd 일요일

영화 'Out Of Africa'를 읽다.

몇십 년 전

개봉관에서 본 기억과 사뭇 다르다.

카렌과 데니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L.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니나와 닥터 슈타인이 떠올랐다.

떠나는 이 Vs 남아있는 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것도 알지만 

지금의 너에게 

안주하지 못하는 어떤 갈망.

'따로 또 같이'

그 쓸쓸함의 인지.

하여

이별은

어떤 상황으로든 비움이다..

 

 잘해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그 정성은 인정하나

일찌기

그 자리를 지켜 온 고수들을

정렬시키는 건 아닌 거다.

초짜들의 과한 액션 ㅋ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면

사람 사는 일이

이리

재미나기도 하다.

초짜랑 고수랑 붙으면

누가 이기는 걸까?

궁금해 ㅋ

관전의 묘미.

근데

다툼에는

경중의 차이라는

불변의 진리가 있어서

이긴 자도

상처뿐인 영광!

다툼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들을 리 없는 그들만의 .. 이다.

그래서

결과만 관전.

 

 자다가 벌떡 ㅋ

아아, 금요일..

깜짝이야.

오늘은 쉬는 날인 것을..

올해부터

주 4일의 계약직이 됐다.

마딸이 말한다.

"주 4일이 좋은 거야."

내가

많이 너그러워졌단다.

그래,

목요일,

지쳐서 집에 오는데

내일이

쉬는 날이라 생각하니

견딜만했다.

 

  4th 일요일 아침

어김없이 혼자의 움직임.

비빔면 두 개에

어제 먹다 남은

겉절이와 밑반찬

쓸어 넣어 냠냠,

W/ 믹스 커피 두 봉지.

가족 몰래 먹는 금단의..ㅋ

푸짐한

아침 혼식(혼자 식사)

이건

엄마 몰래 먹어야 하는 메뉴인데..

내가 엄마인데?

통제부재의

때론

일탈이 필요한

인간사 중

사감 노릇 벗어던진

엄마의 해방식사다.ㅋ

오늘의 끼니는

이걸루 충분한 듯하다.

괜히

뿌듯하다. ㅋ

별게 다..

근데

느끼해서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린다.

Back to Normal

 

 깻잎과 냉이는

노지에서 따고 캐야

그 알싸함과 향을

누릴 수 있다.

봄 돌아왔고

슬슬

텃밭으로 나선 Hus님

냉이 들고 왔는데

흙이 항금.. ㅜ

그 속에 엉겨 붙은

검은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조각도..

다 떼내고

종일 담가둬야

흙 제거가 될 듯하다.

가치를 얻으려면

수고가 따라야 한다는

자연섭리.

 

  4월의 커피

차 맛이 돈다는

에티오피아 콩가를 구입하고

파푸아 뉴기니 커피를 서비스로..

신나라 받아 들고

버스 환승하는데

흔들렸나 뚜껑 밖으로

커피 액체의 흔적이..

사명감 발동한 기사님의 승차거부.

'안 마셨다고요.'

소용불가.

누명

 

 손해를 만회할

깔끔한 대안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은

손해를 보는 것이 마땅하다.

 

 연수반에서

중급반으로 강등됐는데

꾸준함으로 단련된

어르신들의 체력에

나의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씨이..

 

 "얘들아,

너희들은 

내일도 학교 오지?

난.."

"그만!!"

'아그들, 내일도 열공하세요

쌤은 열심히 쉬다 올게요.' 

 

 익숙지 않은 휴일,

금요일 아침마다

설렌다.

늦은 오전의 거리는

다가올

불금의 밤거리를

예상할 수 없는,

폭풍전야의 안식 같다.

 

 Adios.  Ma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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