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대에게

쨍쨍하늘 2018. 7. 31. 16:54

 

그대에게

 

                                   이외수

 

 

그리운 이름 하나 있어

어둠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약속하지 않은 기다림 가슴은

진다홍 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마음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 있으니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눈을 감고 그릴 수 있는 얼굴이 있어

그것은 사랑입니다.

 

그리움이 깊어가면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깊어가면 이별이 시작되려니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하고

그대의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데

 

때론 가슴이 아프도록 공허해 오는 건

그대에 대한 내 그리움

너무 짙은 까닭일까요?

 

부질없는 망상이라고

내 스스로 채찍질해보지만

해바라기처럼 그대에게 향하는

내 마음 묶어둘 수가 없습니다.

 

술 한잔에 많이 취해버린 내 사랑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차가운 바람 안고서

싸늘히 식어간 거리를

홀로 서 있는 전화박스 앞에서

차마 그대에게 전화하지 못하고

한참동안 서성이다 되돌아 서는 길

 

차가운 바람 때문일까

아님 창백한 달빛 때문일까

두 눈이 젖어오는 까닭이

기약 없는 먼 해후를 위해

늘 당신의 자리를

내 가슴에 비워 두렵니다.

 

설령 기다림만 쌓이고 쌓여

그대의 기억 아련히 멀어진다 해도

처음과 같은 설레임으로 기다리지요.

 

때로는 내 가슴의 빈자리가

너무 외롭고 공허해

다른 무언가로 채우고도 싶었지만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고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 삶이 힘들고 지칠 때에

그 멍애를 잠시 내려놓고

내 가슴의 빈자리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그대가 잠시 머물다가 간 그 자리는

언젠가 그댈 위한 자리입니다.

 

*************************************************

 

 7월 첫날부터

꾸물꾸물 비가 요란스레..

월요일 첫 수업, 

꼬맹이들이 종알종알 떠들기 시작..

지금부터 시끄럽게 굴면 노래를 시키겠다고 엄포!

세상 뭐래도 구겨질 것 같지 않은 천진난만한 것들이 그래도 좋다고

까르르르..

"!"

노래시키니 부끄럽게 몸을 뺀다. 

멍석 깔아주면 못하고 뒤에서 분탕질하는 정서는

몇세대를 뛰어넘어도 여전하다.

그럼 선생님이 먼저 불러보라고 우긴다.

쿨하게 웃어주고

"신청곡!'

아이콘♬)'사랑을 했다'란다.

구세대인 내가 알 리 있나

또 지들끼리 웃겨죽는다고 까르르 넘어간다.

유튜브 검색해 보란다.

그러기 전에 니들이 먼저 불러보라고 했다.

아주 18명이 떼창을 한다.

Vibration도 죽였다.ㅋ

♬)러어어어브 시나리오오..

집에 와서 유튜브 열었다.

저 어린 것들이 과연 가사가 와닿았을까.

어린 것들의 열창 모습이 OL되면서

경험에서 나옴직한 가사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났다.

딱히 요 때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은

부럽다.

요것들이 가지고 있는 많고 많은 새파란 가능성들은

항상 부럽고 부럽다.

 그래서 나도 7월의 열기 후끈 돋구는 차원으루다

연시(戀詩) 한자락 뽑아봤다.ㅋ

나에겐 이젠 이런 감정들이 열기로 느껴지는 대신

길었던 장대비, 소낙비 다 지나서

아스팔트 말리는, 습한 기운 빨아들이는 한여름의 열기 같은  하늘도 지나

평정심 찾은 가을 하늘의 선선함에 뜨신 커피 한 모금

입 안에서 굴리며 음미하는 미소의 즈음인 거 같다.

7월의 시작이 어린 녀석들 때문에 급식체 소통하면서 중후함(?)으로 시작.ㅋ

또다른 느낌과의 만남.

 

 빗소리가 밤새 귓전으로 철퍽거린 채로 맞는 축축한 아침.

초록의 선명함과 짙은 회색의 대비.

뜨겁고 진한 모닝커피 한 모금은

내 속에서부터 수증기를 뿜어내는 것 같다.

습한 더위가 싫었던 여름인데

이런 날 아침이면 뭉클하게 무언가 밀고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에 아찔하다.

 

 여름을 견디는 것도 쉽고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여름이면 등장하던 불쾌지수가 날씨 뉴스에서 주목 받지 못한 이유

또한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에어컨'이었다.ㅠ

일터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 아이들의 쾌적함으로 작동.

잠시 거리로 나와 후끈함을 견딜만 한 채로 차에 오르면 시원!

저녁을 무르고 환기 한바탕 하고 작동.

그니까

견딜만한 이유가 나이를 먹은 감성이 아니라 기계 덕분이었다는

건조한 Fact.

 

 공개수업.

시작 일주일 전부터

온통 긴장으로 무장.

일주일 연속에 상담까지.

마지막 날은 쓴 물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방심할 수 없는 여러 이유들.

부모님들의 기대 듬뿍한 눈빛.

참관 선생님들 손에 들려진 내 지도안과 수업 평가.

긴장일 수 밖에 없다.

금요일,

마지막 공개수업까지 마치고 나서 시모님께로.

그제사 

부실한 아침식사 이후 

굶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

배가 고프다 못해 속이 쓰렸다.

병원에서 나와 9시도 훌쩍 넘기고서야 밥을 먹었다.

기분 나쁜 포만감.

 

 주말 아침.

그 좋아하던 수영도 못갔다.

수영하다 물에서  굳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영 마치고 일주일 장보는데,

것도 꽝이다.

Hus왈,

일주일은 김치만 먹고 살잔다.

홀쭉해지겠다.ㅋ

죙일 자다 깨다를 반복.

흔해빠진 나의 일상.

 

 오케 리허설을 마치고 또딸이 돌아와서는

M.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말한다.

영화로 '프라하의 봄'이 있다고 말해줬더니 함께 보잔다.

19금을 PG로  바꿔서 봤다.

본 지가 30년도 훨씬 전으로 기억된다.

3시간짜리 영화. 중간에 졸려서 intermission 갖고 봤다.

 

    억압에 대한 세단계 반응.

 

순응: 뭐가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세태를 떠벌이며 힘들게 살지 않을 궁리.

패배: 옳지 않다는 것을 알기는 하나 행동은 우유부단,

        입으로만 행동하다 비난세례.

도발: 거리로 나온 군중이 되기도 하나 나로부터 분규,

        그리곤 도피

 

 영화 시작 강력한 도발의 소재로 등장했던 모자에 대한

나의 기억을 읊었고 영화가 끝나면서 또딸은,

"방 번호 '6' 푸하하.. 수미상관법!"

서로 바라보며 공허한 공감대로 푸하하.

고득점 풀이용

즉 일체형 문학 해석의 매너리즘.

'시험으로만 평가 받는 억압의 세대들?

너는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이냐?'

대사와 연기 자체가 책인 이달의 영화.

 

 얼마 전 또딸이 내가 고1 때 읽었던 책들을 묻길래,

기억나는대로 대답해줬다.

미우라 아야코 '빙점'

루이제 린저'생의 한가운데' 선두로

루이제 린저 책 싹쓸이,

더해서 전혜린, S. 모옴과  헤세 책..

죄다 빌려다 놨다.

짜식이 욕심이 과하다.ㅋ

 

 평범한 월요일 아침의 평화.

등교 전, 또딸이 아침을 먹으면서

지극히 만족스럽게 자기는

지금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단다.

중2병을 3년 내리 앓더니 어린 것이 인생을 터득했나보다.ㅋ

 

 못배운 자의 무지 Vs 배운 자의 설득력이라.

그 신념의 견고함으로 묻자면?

'일치!'

무게감으로 치자면 일체형일 것이다.

이럴때면 나는 말의 유희만 즐기는 범부다.

패배주의자가 맞다.

그러나 책임의 무게를 안 느껴서 편한 ㅜ

 

 어른들의 미니어처인 아이들,

태생이라는 것도 있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대의 기량이라는 것이 어떠한 동기를 만나

총체적으로 다른 인생을 연출할 수 있다고

기대하게 하기도 하고..

 

 작년,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때는, 나의 의지가 신선했고

올해 초반, 과분한 인기가 부담이었다면,

중반, 상위권으로 실력이 오른 아이들의 졸부 같은 근성과

바닥을 치고 올라온 아이들의 시건방 지뢰가 도처에 깔린 즈음

이를 좌시하지 못하는 나의 대처.

이젠 매일 아침,

내 목이 잘려나가거나 이 학교 최고의 선생으로 뽑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거라는 각오로 학교 교문을 들어선다.

문득, 나의 Hus 말이 떠올랐다.

"자기는 사람 별로 안 좋아하잖아?"

인정!!

그래서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이해심의 폭이 크다고 생각한다.

Why?

상대에게 기대하는 감정이 적은 대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이 보이면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베풀기(?) 때문이다.

냉정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으나 나와 친구 관계가 맺어지면

나의 소원함에도 그 聯이 끊어지지 않음이다.

 

 울엄마의 기일.

벌써 2년 전이다.

올해처럼 엄청 더운 날 이승을 떠났다.

수목장한 울 엄마.

작년, 고무나무가 어찌나 싱싱하게 자라던지..

형부가 휘익 베어버리길래,

놔두시면 안되냐? 하니 고무나무는 금세 또 자란다며

"양지 바르려면.." 하면서 쳐냈던..

더위 무지 타는 울 엄마,

이런 땡볕에는 양지보다 그늘이 나을텐데..

올해

언니가 말한다.

"딸자식이 제사를 지낼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 각자 기리잔다.

관습적 마음 가짐.

 

 내가 어렸을 때,

나 혼자 교회에 열심히 다녔었다.

말 잘하고 야무져서(?) 구역 성경퀴즈대회에도 뽑혀가고

또 교회 행사마다 얼굴 드러내자

엄마가 그런 나를 보려고 교회에 왔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촌극 때는,

미용실 데려가 머리 셋팅도 해줬었다.

어린 마음에 그 컬링된 머리 풀어질까

머리도 감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

고인이 된 엄마를 기리는 일.

불교 신자였던 엄마를 생각하며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까운) 같은 절로 갔다.

각자

다른 종교관을 갖고 있었으나

자식을 더 염원했을지도 모를 엄마의 간절함에 대한 보답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울 엄마, 극락왕생을 바래서가 아니라 (웬지 바로 환생했을 것 같아서..)

울 엄마처럼 아직도 세상에 남아 아픔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나 도움이 될 시주 몇푼 하고 왔다.

내도록 기분이 좋았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망 소식을 연달아 뉴스로 접했다.

한세트로 움직이는 '명성,권력,부' 탓일까?

그 치열한 세상 속의 혀 끝.

功과 誤의 기준은?

결합형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인가?

세상 참 덧없고 어이없다.

이런 한켠에서는 개똥밭에 굴러도 좋다는 이승에 머문 이들의

망자에 대한 조롱으로 등장한 잔치국수.

사는 일의 기울기가 가져다주는 무게감.

 

 무지막지하게 덥다.

아이들이 또 추천곡을 일러준다.

'레드 벨벳'♬)'빨간 맛'

어째 제목에 선입견이 팍 든다.ㅋ

방학이 시작됐다.

 

 계획 전학을 과감하게 실행한,

아이의 진학 관련해서는

전문가 수준인 또딸의 친구 엄마들을 만났다.

어허허..

지방으로 내려간 엄마 중 하나가 말한다.

"왜 지금의 우리 사회는 진솔함이 통하지 않나요?

왜 진솔함은 어리석어 보여야 하나요?"

다른 엄마가 말한다.

진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솔함이 영리함으로,

상황을 주시할 줄 아는 모습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진솔함이 가려져 보이는 거라고..

그래서

책도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단다.

줄거리로 내용만 알면 그 깊이도 (필요하다면) 찾아낸다는.

알파고도 아니고 요점만 정리된 활자책만으로

전체의 감성까지 느낄 수 있다니

대단하다.

근접불가한 도인 수준이라

'어떻게?'

하고 묻고 싶었지만 

자기 기준을 신념 수준으로 삼는 열변은 들어주는 일이 최선이라

그냥 하품으로 일갈.

 

 인간의 기계 문명과 자연의 맞대결일지 모를

폭염의 수위가 살인적이라는 올 여름,

80 넘은 어르신의 말씀,

"요즘은 에어컨 고장 날까 젤 걱정이야.."

 

 음..

올 7월의 이별곡은 참아내야 할 것들이 많았던 오래 전 여름..

초록나무 그늘과 부채, 더운 바람 뿜어내는 선풍기 바람을 타고

어느 한 귀퉁이의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울렸을 법한

♬) 패티김 '하와이 연정'으로..

 

             '18. JULY..

 

         뜨겁게 뜨겁게 BY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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