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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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뿌연 하늘이 일상인 요즘,
비가 오면 말끔한 기분마저 든다.
♬) 비오는 목요일엔 노란 수선화를..
4월엔 빳빳한 잎새에서 노란 얼굴 내미는 수선화가 제격이다.
수선화에 폭 빠졌던 어린 날, 꽃말에 화들짝 놀라
그리곤 인정! 그랬던 수선화 ㅋ
이제는 잊고 살기도 하고 기억이 모호하기도 하고..
피곤에 쩔어 시간에 떠밀려 사는, 유체이탈이 일상인 요즘.
올해 들어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된 친구.
얼굴도 보고 밥도 먹자고..
밥이고 뭐고 세상 귀찮은 요즘.
불금의 대학가 앞, 부페에서 푸념하듯 냠냠..
부페도 별로다.
맛난 것도 없으면서 기분 나쁘게 배만 불러서다.
저녁 마감시간 임박해서 거리로 나와 길 건너 커피점으로 갔다.
청춘의 열기가..
한 친구왈,
"야, 담부턴 후딱 밥 먹고 여기 커피점으로 오자아."
저 어린 것들의 젊음이 보기만 해도 에너지란다.
죄다 노트북 켜놓고 차세대까지 영향력을 갖춘
이런 장시간 죽때리기는 소비자들로서 업주에 대한
'꼼짝마라' 식의 갑질일 수도 있다는 경제 평론 ㅠ
나도 저 나이 때,
우리의 아지트였던 음악다방에서 죽때렸었다.ㅋ
그런데
그 사업주님 다른 여대 앞에 분점 낼 정도로 성공하셨었다.
(아, 임대료 감안 안된건가..)
여튼,
커플들은 서로 좋아 죽고 못살 지경이고
살아있는 영화 스크린 그 자체에다 팀플을 준비하는 등등..
나의 마딸도 남들 눈에 얼마나 좋아보이겠냐고오 ㅋ
자리에도 없는 울 마딸이 이 친구들 사이에 소급되어
부러움의 대상이 되버렸다아 ㅋ
며칠 반짝 온기에 꽃들이 화들짝!
경주하듯 앞다퉈 벚꽃 만발하자 비 내리고 바람 불고..
꽃들은 지들만의 아름다움 풋풋하게 발산하기 무섭게
짧은 순간을 맥없이 흩날리다 결국 바닥으로 널부러졌으나
이조차 아름다움이었음이다.
멘델스존의 '봄의노래'가 그 여운을 지키는..
변함없이 빛났음을 인정하고도 남는
다른 어느해의 봄날을 충분히 장식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4월에 대설주의보라니..
게다가 한여름의 태풍보다도 강력한 돌풍이..
내 덩치가 밀려갈 지경이었다.
날씨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서
기준이나 판단을 가릴 수 없게 제멋대로다.
많이 살았다는 ㅠ
쥐뿔일까 ㅋ 수영장 어르신들은,
'자, 영계부터 출발!' 하시는데 말이다.
어른들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 생긴다고 했다.
어른들 말 잘 듣고 난 여직 영계여야 한다. ㅋ
13일의 금요일 아침,
마딸과 한판 했다. 그놈의 Selfish 때문이다.
"내가 왜?!"를 연발해서..
이기지도 못할 싸움에 자기의 기를 바짝 세워서..
고작 오후에 백기투항 할 거면서 말이다.
사는 일중의 별것도 아닌 흔한 일..
주말
방콕의 안식일 침해..
Hus 친구 부부랑 텃밭에 갔다.
그들이 준 도라지 함께 심고..
텃밭 로터리(?) 쳐달라고 기계 가진 이에게 당부하고
냄새 폴폴나는 비료 대충 뿌려놓고
한강변 휙 돌다 점심 먹고 드라이브하는 중에
친구 부부가 널부러진 쑥을 캐고 싶단다.
노년의 길을 바라보는 두 부부는
한강변의 찬바람 맞으며 열심히 쑥을 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모처럼 즐거운 나들이였다고 입을 모으시는데
나는 끄덕끄덕 잤다아. ㅠ
달콤한 오수가 빚는 결레.
그 부부는 우리의 텃밭을 부러워했다.
퇴직자의 방콕이 자칫 우울증이 될까 염려하며
이런 텃밭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맘껏 쓰시라 했다.
우리도 감당할 수 없는 크기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니까..
월욜 아침
언제나 그랬듯 축복의 시간.
일주일중 가장 늦은 출근.
모두 나가고 나 혼자다.
주말에 일주일 반찬 만들기도 완료!
아침 댓바람부터 청소 시작해
베란다, 현관 닦아내고 화초들 물주기까지 끝냈다.
모처럼 화창한 아침이다.
카푸치노 한잔이 축복을 부추긴다.
아이들은 봄나들이인 소풍,
지들 말로 현장체험 학습이라는
주간이 학년마다 시작됐다.
♬)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다.
연일 고무적인 나의 인기와 명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럴 때일수록, 좋은 때를 동반하여
반드시 화가 찾아오는 것을 주의하며 작심으로 버티는 요즈음.
지뢰 치고는 깜도 안되는 무늬만 지뢰라 할 수 있는,
그러나
완전제거는 못하고 ㅠ 일단 지뢰를 피해갔다.
이런 지뢰는 적반하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니가 지뢰(를 묻은 거)잖아요?!"
"그니까! 알면 니가 조심하고 다녀야지!
왜 위험하게 지뢰를 건드리냐구요?!"
인 격이라 말로 치면 반반의 책임.
그러나 흑.백 논리로 치면 아이는 순수한 꿈나무!
꿈나무의 근성을 해치는 것은
반드시 땔나무인 어른들의 자질!
못난 어른이 아이를 헤아리지 못한 결과로 묻자면?
나의 백패가 명백한 현실.
하여, 아이의 눈물을 이해해주려는데
황당함을 정제하게 되는, 본질에 가까운 해명 차원은 이렇다.
지들이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순백의 진실이라고 판단하는 아이들의 잣대는
선생이 지들 손바닥에서 만만한지 저울질하고
일단 지들의 포커스에 낚이면 악동의 수단,
일명 언어 갑질을 한계수위 없이 고약스럽게 동원하는데
이에 제재를 가하면,
방법, 부모를 동반하여 자신만이 억울함의 대상자인 양
마음 상했다는 부분만 노출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사실.
잡음은 있었으나 내가 won.
내 잘못?
이 반복적 유치찬란한 도발에 인내심을 넘어 나의 감정이 실려버렸다.
다음날,
이성을 가다듬고 내가 권하여 아이의 상했다는 마음에 대해 사과하고
아이의 원색적 언어폭력에 대해 사과 받고 악수로 끝냈다.
사과를 받은 것이 내심 만족스러웠는지
이후,
아이는 복도에서 나를 보면,
예전처럼 문제 소지를 담은 익숙한 도발의 농담을 계속적으로 걸어왔다.
난 그런 아이가 지루하기도 하면서 정말로 웃겨서 또 같이 웃어준다.
별일 아닌 해프닝의 좌충우돌.
4월의 절반은 꽃길이라 마냥 좋았다.ㅋ
지뢰를 스쳐지났으니 그 지뢰가 재도발로 굴러오지 않도록
나의 말빨과 기지 강화를 다짐하며 주말을 맞는다.
이기자는 싸움질이 아니라 선생으로서
아이의 옳지 않은 인성을 유기하는 대신 좋은 쪽으로 이끌어내자는
나의 건설적, 합리적 작심인 거다.
난,
꼭 이기는 쪽보단 져줘도 좋은 바람직하고 진보적인 것을 선호하니까..
또한
내가 이 아이들을 떠난 뒤에도
나의 반추가 보람이었기를 바라는 진정성이 더 간절해서다.
기분좋게 출발한 4월의 마지막 주간.
말썽꾸러기&소문꾸러기 둘이 반에서부터 한판의 열기를 삭히지 못해 씩씩..
내용을 정리하자면,
말썽꾸러기가 자기 여자짝이랑 사소한 실랑이..
온갖 소문 궁금하고 참견 못해 안달인 소문꾸러기가 이를 보고 뒤에서 끼어들었다.
그러자
말썽꾸러기가 흥분하여 욕설.
이 욕설에 자기 감정 주체 못한 소문꾸러기도
"엄마도 없는게!"
하는 바람에 그 둘의 분노는 극에 달한 채로..
서로 자기의 분풀이만 말하느라 지들 잘못은 보이지도 않는 눈치다.
잠깐!
소문꾸러기를 먼저 불러 세웠다.
소문꾸러기는 그 참을 수 없는 욕설에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너, 선생님 말부터 들어봐!"
너의 첫번째 잘못은 끼어들기!
"그럼, 내 친구가 당하고 있는데 가만 있어요?!"
"니가 중재할 능력이 없다면 당연 가만 있어야지?!"
"헐, 말도 안돼!"
팔짱까지 낀 채로 제법 당당한 자세다.
"니가 끼어들어서 니 친구는 고사하고 너와 쟤의 싸움으로 더 커졌잖아?
차라리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는 게 옳지 않았을까?!
둘째,
너! 인신공격에 언어폭력이야.
이건 쟤의 욕설에 비교도 안되게 큰 잘못이야.
아예 사람을 때려눕히는 폭력 같은 거였다구.."
그제사 아이가 놀라며 받아들이려는 자세다.
"넌, 니 잘못한 부분만 사과해.
쟤가 잘못한 건, 쟤가 너한테 사과하면 되는 일이니까.
선생님 말은, 니가 쟤의 잘못까지 응징할 자격이 없다는 거야?!"
늘상
분쟁을 만들고 다니는 말썽꾸러기를 불렀다.
소문꾸러기랑 똑같다.
지 잘못 다 빼고 자기가 받은 인신공격만 부각이다.
"여튼, 발단은 너였어! 너의 욕설?!
그러니까 넌 너의 잘못했던 부분! 그거에 대해서 사과하라는 거야.."
"쟤가 잘못한 건요?!"
"쟤가 사과하겠지?! 왜, 니가 쟤 잘못까지 어찌하려고 드는 건데?!
설마 니네 둘 다 자기가 재판관이나 해결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둘 다 이리와."
서로는 각자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부터 하라고 했다.
또
서로 먼저 사과하라고 실랑이다.
"이왕 사과할 거! 먼저 하는 사람이 멋진 거야!
뭐, 시작은 좀 후졌지만 끝은 멋있게?!"
야무진 소문꾸러기가 먼저 사과한다.
"괜히 끼어들어서.. 그리구 너 엄마 없다고 놀려서 미안해.."
진심이 담겼다.
꿈나무 맞다.
"나도 욕해서 미안해.."
억울함이 담겼지만 욕설은 인정.
너도 틀림없는 꿈나무다.
며칠뒤,
학교 급식실에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한 아이가
급식판을 들어 천장을 향해 집어던졌단다.
그 뜨거운 국이 담긴 채 던져진 급식판이
식사하는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즉각적으로 교사들이 막아섰고
그래도 분노가 삭혀지지 않아 반항하는 아이는
교사들에 의해 급식실 밖으로 들려나가고
보호자가 학교로 달려오는 한바탕의 소동으로 학교 전체가 웅성웅성.
이 아이는 전례도 있다고 했다.
작년,
현장체험학습장에서 주워온 많은 양의 쓰레기를 자기 교실 바닥에
패대기를 쳐서 모두를 놀래켰다는..
전교생이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한다.
다음날,
바로 옆 교실.
나의 수업에도 들어오는 아이.
첫수업부터 반 아이들이 맘에 안든다며 실룩.
공부좀 하는 줄 알았더니 ㅠ
이 여자 아이 급식 먹고 사라져서 그 반 친구들 오후 수업은 꽝..
그냥 공부가 하기 싫어서 화장실에 숨었단다..ㅠ
그 담임 선생님의 노고를 묻자면..ㅠ
이날은,
이 아이가 내 수업도 있는 날이었다.
당연 끝나도록 아이는 오지 않았다.
형식적인 문자를 보내봤다.
'안 올거야?'
'죄송해요'
학교가 인근 경찰지구대를 방불케 한다.
마지막 금요일.
아침 8시부터 TV 앞에서 기다렸다.
9시 25분을 넘어 머리 끝까지 솟구치는 전율.
눈물이 핑 돌았다.
한반도, 나의 조국.
저녁,
집에 오는 길, 치킨&프렌치프라이 듬뿍 샀다.
Beer는 Hus에게 부탁했다.
치맥하며 TV.
전율 연속.
평양냉면으로 동참했어야 했는데..
또딸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이 순간을 온가족이 함께 하고픈 고로..)
Bravo! 나의 조국..
토요일 아침, 토요근무.
토요 근무 선생님이 홍콩 여행 간다고 Temporary를 부탁해서다.
딱 일년 전의 작년을 생각나게 하는..
작년
이 무렵에는,국제 휠체어 마라톤 대회로
교통통제 사실을 몰라 뻘뻘대며 두 정거장을 달려온 거리.
어제, 고맙게 수영장에서 셔틀 운행정지 안내문자가 뜨면서 알게된 리마인드.
♬) '벌써 일년'
이어폰 꽂고 아침의 상쾌함을 마시며 걸었다.
차분한 걸음걸이에 살갑게 파고드는 바람도 좋았다.
교무실.
옆반 선생님이 일직을 서고 계셨다.
나의 제자이기도 한 아이 때문일까..
예의 바르고 이쁜..
뭣보다 젊은 분이 겸손해서 더 좋았던 선생님이신데
나의 인사에도 평소같은 밝은 미소 대신
그늘진 표정으로 형식적인 목례만 하신다.
Poor..
가슴 벅차게 보내는
2018년의 4월♡
J.레넌의 ♬) 'Imagine' 으로.
BYE,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