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그대가
마시는 커피에
내 생각을 넣어두면
쓸까? 달까?
달면 내 잔에도
그대 생각을
넣어달라고
커피를
마시려다
깜짝 놀랐어
마치
네 생각할때처럼
향기가 아주 좋은 거 있지
이 순간
네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니
커피 맛
별거 아니야
그대 생각만 넣으면
한결같이
같은 맛이니까
' 커피와 詩와 사랑 그리고... 쓰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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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그리움
비를 따라
가슴에 그리움이 내립니다
우산을 준비할까요
아니면
그대 생각을 준비할까요
어떻게 하지
비가 오면
그대 생각이
더 간절한데
내일은
진짜
비가 온다고 했어
지금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내일은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지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이
오히려
밀려들어 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먼지
너도 나처럼
그리운가보구나
창틀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는 걸 보면
달
창문으로 들어와
내 가슴에 담기려는 달아
미안하다
내 가슴은 이미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거든
- 윤보영 詩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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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자식들 다 떼놓고 친구(부부)들과 1박2일.
집 뒤로는 산자락, 집 앞으로는 맑은 개울이 흐르고
봄이면 꽃심기가 일이 되버린 친구 덕에
흐드러진 꽃들과 마당 있는 집을 꿈꾸는 그런 모양새를 갖춘,
한귀퉁이의 yard에 바베큐장까지.
오빠(친구 남편)는 이십대부터 말하던 꿈을 다 이룬 채
육십의 문턱에 섰다.
꿈을 이룬 이의 안정감.
저녁이 익어갈 무렵은
무더위가 무색지경으로 선선하자 집 안에서 분위기 연장.
견디기에는 한계수위를 넘어버린,
주저앉으려는 눈꺼플과 힘겨운 사투.
보기가 안됐는지 쇼파 위에서 기대라 한다.
결국 무르익어가는 12년산 매취순의 분위기를 절단내고
친구가 마련해준 방으로 들어가 기절.
Hus가 말한다.
"그러다 입 돌아갈라.."
이왕 시작한 일이다.
평생 할 것도 아니고 자원봉사 자세로 시작한 일이
명성(?)을 등에 업고 성취감에서 돈 버는 일로 둔갑.
그러나 사람 가르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은 진작부터 알고있는 터다.
습관처럼
눈 뜨는 이른 아침,
모두 잠들어있는 아침을 헤집고
남의 집 주방을 뒤적뒤적.
입천장이 살짝 데일 것 같은 뜨거운 커피 하나 만들어 들고
요란한(?) 개울 소리나는 쪽 기웃대며
혼자 아침 산책에 나섰다.
집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
여행지의 아침을 그윽하게 맞으며 걷는 일,
옷 속으로 파고드는 시원한 아침 바람 내음.
신선함으로 충전.
집주인에게 대접 받은 정성스런 아침식사.
이런 상차림이 얼마만일까.
Hus에게 미안했다.
주부의 밥하는 역할론 같은 무엇이 아니라
Hus의 충분한 역할분담의 양해에 대해 몰랐던 부분 말이다.
아침을 무르고 정원으로..
정원 단장이 일상인 이들의 꽃밭,
꽃들이 눈에 너무 익숙한데 이름이 가물해서 물었다,
친구가 끄덕하며 대답한다.
맨드라미, 채송화, 제비꽃..
내 어린 날,
풀꽃처럼 흐드러졌던 흔한 꽃들이 이리도 생소할 수가..
집마당에서 관리받는, 야생화 관찰하는 아침.ㅋ
맨드라미 꽃 말려서 꽃차 만들면 색이 참 곱다고 몇개 따가라길래
잘 잘라서는 그냥 두고 와버렸다.
두고 와버린 아쉬움.
집주인인 친구 부부는 골프 갤러리 예정이라 떠나고
객친구들은 각자 집으로 오는 길에
폐쇄된 '능내역'을 돌아보자고..
어려서는 커보이던 것들이 왜 이리도 작아보이는 걸까?
전날,
나 땜에 일찍 끝나버린 음주 분위기가 못내 아쉬운지
친구 남편이 막걸리에 파전을 묻는다.
마다할 리 없는 Hus도 반색하고 팔당부터 파전집 찾다가..ㅠ
서울 근처에서야 기어이 파전집 찾아 낮술을 위로주 삼았다.
휴업중이던 Hus의 대리운전 개시.
오랜만의 운전대가 어색.
다시
전쟁 같은 나의 일상.
월요일의 분주함 속에서
주말
다른 세상을 살다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
그리고 지난 달,
극장에서 애뜻한 느낌으로 접하게 된
위 싯귀들을 마구 찾았다.
비와 커피.
예전,
Hus가,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고추장 양념의 감자볶음 타령을 했었다.
별 방법으로 만들어내도 그 맛이 안 난단다.
결국 어머니께 여쭸다.
"뭐로 있능가.. 그때는 하도 먹을 게 없던 때라
닥치는대로 넣어 만들어 먹었찌르.. 카이 뭐든 맛있었던 때였찌이.."
새댁 주제에 감히 그 그리운 맛을
어찌 만들어낼 수 있었겠는가.
아니,
이 나이가 되도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때의 그리운 맛은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었음이다.
하여
그리운 것을 묻자니, 함께 한 지난 날의 어느 때 인 거였다.
여름 내내, 나의 노고에 별다방부터 이름 달린 커피점,
학교 앞, 까페까지 섭렵하며
(올 여름, 마트에 나와있는 커피는 다 맛본 것 같다.ㅋ)
어느날은 학교 앞 마트에 가서 대접 받은 똑같은 with sugar 커피를 사서
벌컥 들이키는 날이 있을 정도로 마트 커피 선택의 폭을 늘리던..ㅋ
시원한 커피를 보내주신 마음들에 감사함으로 가득가득 보답♡
그래서! ㅋ
올 9월은 이렇게 가뿐하게
다가오는 싯귀로 맞아야 할 것 같다.
베란다를 차지하는 빠알간 고추들.
마침, Hus가 배워왔다길래둘이 자리잡고 앉아
아침 댓바람부터 고추 배 갈라서 씨 솎아내고 굵은 실에 매달아 널었다.
후련한 베란다 대청소 후 화분들이 제자리를 찾았다.
어수선했던 분위기 정렬에 속이 다 후련하다.
저녁 귀갓길,
단지 입구 옆의 단골 빵집..
주인 어르신이 오랜만이라며 올여름 어찌 지냈냐고 물으신다.
'꿈 같았다..' 하자
공감백배의 감탄사를 쏟아내신다.
아침 무렵이면 어느새 이불을 덮고 자는,
밤이면 열려진 창문 새로 자연풍의 찬바람이
살갗을 쪼는 느낌도 드는..
알고는 있었지만 그 기다림이 얼마나 고됐던가.
채점 다 끝내고 시원하게 교실 문을 여니 4층이 휑하다.
어둠이 진하게 몰려 복도가 어두컴컴..
내 교실 바로 앞이 화장실.
저번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귀신 나오는 화장실이 있다길래
내가 애들 데려가 센스의 작동임을 보여줬던,
호러무비에 단골로 등장하는..ㅋ
화장실을 스윽 바라보며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나의 통근버스인 마을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는
연신 진한 커피 몇잔도 소용없는 하품을 쏟아내는 저녁 귀갓길.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니 건너 아파트 위의 선명한 초생달이 눈에 들어왔다.
휴대폰 꺼내 Shot.
열심히 살찌워 이달 말에는 올 한해를 장식할 거라며 최고로 통통해지겠지.
서둚으로 시작하는 아침분위기와 다른 초저녁 단지의 거리,
저녁거리 내음새들과 사람들의 여유로운 발걸음.
사람 사는 소소함의 중심을 차지한 느낌.
Hus의 고향(?) 친구이자 텃밭 members중
한명의 맏딸이 결혼식을 올리는 주말,
식사 장소에서 만난 대학 동기이자 또다른 텃밭 member와의 대화.
텃밭의 취미 생활이 아주 즐거운 모양들이다.
이 분은 자식들이 독립하는 동안만 도시생활을 할거라 했다.
모두 독립시키면 땅 사서 텃밭 가꾸는 일로 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지금이 우연찮게 워밍업 되버렸단다.
Hus와 흡사하다.
직장도 은퇴하고 난 이들의 즐거운 여가활동.
그후 만남에는 잘 말린 고추들,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 한봉지씩 나누어 가지려고 담아논 검은 비닐봉다리 들고
이른 추수의 성취감 만끽.
탱탱한 보름달의 기운.
지금은 죽령터널로 두시간 쬐금 넘으면
도착하는 Hus의 고향.
예전의 죽령재 길이 그리웠다.(?)
늦깎이 새댁이 갓난쟁이 안고 명절 샌다고
열 시간을 달려 넘어간 길..
(차가 막히면 열시간을 넘기는 일도 흔했던..)
우리 마딸, 분유 쪽쪽 빨다
죽령재 꼬불한 길 몇번 돌라치면 배불리 먹은 분유 다 토해내서
그후론 배 고프다 칭얼대도 물 한모금도 NO, NO였던..
죽령재 꼭대기의 휴게소에 내리려면 바람이 어찌나 센지
자동차 문짝이 떨어져나갈 듯이 덜렁대던.
게다가
인간 모멸감의 극치를 선사했던 푸세식 변소.
또한
이들 형제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가진..
막내동생을 잃은 곳.
먼저 떠난 막내를 가슴에 묻은 어머니는
생전에 겨울이면 온몸에 열이 나서 추운 거리로 나가 한없이 걸었다는..
휴게소에 잠시 내리자 리모델링된, 다른듯 같은 하늘의 쨍쨍함은 더할 수 없이 맑았지만
바람은 변함없이 세고 찼다.
죽령재에 담긴 아득한 기억들.
지난 달
무더위 속에 치른 장례의식의 여운 안고 성묘.
듬성듬성 자란 풀들 뽑아내면서 세분의 묘자리를 처음으로 보듬어봤다.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모자간의 깊었던 情 탓일까..
시동생의 뒷모습은 시렸다.
여생의 뿌리를 절감.
추석 연휴 끝자락.
텃밭 멤버들의 열의 덕에 열무 풍년.
절반은 뚝 떼어 언니네로
그럼에도 넘쳐나는 양. 김장마냥 허리 부러질 듯
덜덜 떨어가며 만든 열무&얼가리 김치
김치 냉장고의 가득함.
보름달 마냥 통통함이 안 먹어도 배부름을 부추기고
맨밥에 겉절이가 맛나다며 냠냠하는 Hus를 보니
이 또한 뿌듯.ㅋ
뿐인가
Hus 고향에서 고추 풍년이라며 많은 양을 주시는 바람에
추석 연휴 끝나자 바로 방앗간행.
언니네랑 나누어 먹으려
그러자
이번엔 언니네의 마늘이 보답으로.
농산물 풍년에 아찔.
더도 말고 덜도 마는 추수의 그득함.
추석 연휴와 재량휴업일.
수영장도 공사로 휴업.
더욱 길게 느껴진 긴 휴가.
열심으로 달려온 일들의 보상..
아주 휴가다웠다.ㅋ
찬바람을 맞고 있으면서도
그 기운이 믿기지 않는 끝자락 일요일 아침.
9월과 작별하면서는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으로.
With Hot (sugar) Coffee하면서.
안녕, 내 쉰 여섯해의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