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늙는다는 것

쨍쨍하늘 2022. 10. 31. 07:30

 

     늙는다는 것

                            황순원

 

내 나이 또래

환갑은 됐음직한

석류나무 한 그루를

이른 봄에 사다 

뜨락

볕바른 자리를 가려 심었다.

그해엔

잎만 돋치고

이듬해엔

꽃을 몇송이 피웠다 지워

다음 해엔

열매까지 맺어

뻥끗이 벙으는 모습도

볼 수 있으리라 기대가 컸다.

헌데

열매는 커녕 

꽃조차 피우지 않아

혹시

기가 허한 탓인가 싶어 

좋다는 거름을 구해다 넣어줬건만

그 다음해에도 한뽄새였다.

어쩌다 

다된 나무를 들여온 게

한동안 안쓰럽더니

차츰

나무 대하는 마음이

허심하게 되어갔다.

이렇게

이 해도 열매 없는

가을을 보내고

겨울로 들어서면서였다.

짚과 새끼로 

늙은나무가

추위에 얼지 않게끔

싸매주고 물러나는데

거기

줄기도 가지도 

뵈지않는 자리에

석류가

알알이 달려

쫙쫙 벙을고 있었다.

 

************************************************

 

 

 다 떨궈내고

새로움을 기대하는 가을.

다 갔다는

한해 끝무렵에서

새로운 시월맞이.

 

 1st 토요일

Hus가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 가잔다.

한주의 노고가 깊어

앉아서도 조는 중이었지만 따라나섰다.

가을볕의 기세와

떠나야하는 여름볕의 합세가

기승 떠는 주말 오후,

연휴를 맞은 거리는 차산차해다.

참나

단둘이 잘도 다닌다.

문학관 매표소,

10월 한 달 동안은 무료입장이란다.

아름드리 동그랗게

숲길로 둘러싸인 문학관.

한평생을 순탄하게 잘 살아온

문학가의 자취 읽기.

'내일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이 소녀같은 삶을 산 이가

양평에

소년의 문학관을 만들다.

 

 연휴를 마치고

결과서 제출해야 해서

잠복결핵감염 검사 받기.

산책로 끄트머리에 있는

대한결핵협회에 가서 검사.

넉넉한 시간이라 산책로를 따라 걷기.

오랜만..

 

 스켈링 후

계속 이가 아프다.

약한 이라 얼마 가지 않을 거라더니

올 것이 빠르게 왔다.

임플란트 시작 ㅜ

안쪽 끝에 

드러누운 사랑니

발치가 불가피한 지경에 왔는데

걱정스럽다.

아플 거란다.

며칠

죽을 각오 필요.

 

 2nd  토요일

발치.

초죽음.

퉁퉁 부은 볼.

힘들고 아픈 과정을 거쳐야

안정과 평화에

감사할 수 있는 것을 상기하며..

심신 고통의 하루.

 

 키만한 토란대를 꺾어

이파리와 대를 분류.

거실의 볕 잘드는 곳에

껍질 벗긴 토란대 말리기.

한줌의 앙상함으로 남겠지.

거실 창 가까이 줄 서는 추수 작물들.

 

 라틴아메리카 블렌딩을 샀다.

다음엔

예멘 모카 블렌딩을 살 참이다.

 

 3rd 토요일

올해를

안식년으로 삼는 눈치인,

취준생 마딸은

열심히

시험 보러다닌다.

바로 취업하면

평생

일에 치일 것 같다.

여튼저튼

달려온 시간들이었는데

좀 쉬어도 된다.

 

 일요일

고교 동창의 딸 결혼식

이 친구 결혼할 때 따까리 해준 지가..

세월 참..

고교 동기, 대학 동기 등등

오랜만에

삼삼오오 마주 앉아

'어머나' 를 연발.

비슷한 출발선에 섰던 이들의

다르게 살아온 오랜 시간의

선명한 모습들과 직면.

 

 공개수업 주간

언제나 긴장.

안 떨리는 게 이상하다 했지.

떨리든 안 떨리든 고됨의 일치.

끝났다.

체증 내리듯 후련.

큰 숙제 끝장.

 

 4th 토요일

Hus와 홍천 

'수타사' 나들이.

여전히 

푹신한 산은 단풍단풍.

개울물도 어찌나 맑은 지

더위 무르고 어스름 모으는

늦은 오후의 서늘한 기운을

빠른 걷기로 채우고..

때이른 가을맞이를 했다.

 

 5th 토요일

북미 대륙에 사는 친구들의 방한

이렇게 셋이 뭉치기는

20년도 훨씬 지난 시간 이후다.

의무방어의 만남을 질기게..

사람을 만나기 싫은 건

상대의 무엇보다 나로부터다.

내가 소급되어지는,

잠 재운 박탈감이 

조절장애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소파에 푹 퍼짐.

아침에는

충북 괴산의 지진 

안전문자가 요란했는데

저녁

이태원의 할로윈 사태 뉴스를 접했다.

우리의 경각심은

코로나의 경계로부터

자유로움 갈구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곳곳의 인명 참사가 잦다.

애도.

 

 

 B.Y.E  OC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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