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
김춘수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에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2
이미
가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빛을 보낸다
계절의 사랑을 받으며
충실하게
속살을 채우는 능금
3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윽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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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쉬고 다시 학교로..
나의 열정과 오지랖이 부른 실책.
100% 나의 잘못이다.
'인정, 인정.'
다른 선생님께 피해가 갈까 노심초사.
나의 진정성은 바로 인정되어 사과도 받고 수습 완료.
8월의 첫날,
제대로 맞은 마른 번개 같은..
변명하지 않았고 총체적 인정으로 빠른 해결을 맞은 뒤,
그제사 먹먹해졌다.
우산,
빈손으로 다니기 좋아하는 내게 짐꾸러미.
오후가 되자
햇님이 째앵.
젠장
'오늘도 짐이네'
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인생.
1+1 방문포장 피자 주문하고 나서는데
비가 보슬보슬 Silverly Rain의 멋짐.
그러다
아파트 단지 입구로 향하는 찐초록의 아치 길과
깜장 아스팔트가 선명해지도록 점점 거칠어지더니 달리는 차들의 자동세차 ㅋ
수압 높은 샤워기가 뿜어내는 스프링쿨러를 일직선으로 뽑아내면 나올 듯한..
멀끄러미 바라보자니 감정이 출렁 파도 타기한다.
비는
멎다 내리다를 반복.
새로운 아침이 되자 이별의 잔재를 격하게 털어내고 있다.
이 비가 멎으면
다시 폭염과 열대야란다.
방학
텅 빈 건물,
내 교실에 들어앉아 나의 업무들 마무리하는 시간
얼마만인가,
일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아니,
대체 먹지도 않았는데
체중이 막 올라가는 이유는 뭔 거야?
동네 엄마들과 번개모임
아이들 다 키워놓으니 저녁 무르고 집 앞카페에서 노닥댈 수 있는,
심적 여유를 누리는 날이 왔다.
서로들 품앗이 하듯 나눠 먹을 거 바라바리 들고 ㅋ
나는
방금 따온 파와 매운 풋고추,
다른 이는
아들에게 선물 받았다는 바다 건너온 홍차 (떫음 없이 맛나다)
서로들 잘먹겠다고 인사, 인사.
9시 마감한다는 카페를 나오는데 저녁 길이 선선하다.
솔솔 바람..
1st 일요일
어느날 중,고교 때 친구들
그리고
그와 연관이 있는 모든 친구들과 관계를 끊어버린
아사코 같은 친구가 문득.
몇 년이 지나서야 그 내막을 듣긴 했는데..
'뭐 그럴 거 까지야.' 했다.
그 친구 입장은, 덤덤하기에는 자존감의 손상이 컸겠지만
모두들 아사코 같은 이 친구 부부가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크루 드라이버처럼 남을 후벼파는 입담을 가진,
또는
옳든 그르든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다수의 시선을 진실로 호도하고
자기들의 생각을 확실시하며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이들과 만남을 유지하면서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싫었나 보다.
뒷얘기의 위험성과 공감의 중요성에서 보자면 (빨강머리 앤 대사 중)
사는 일의 수군거림이 너그럽지 못함을
이미 터득한 이들 부부의 불편 단절 행위.
이제사 이해하게 됐다.
현명한 일면이 있다고 본다.
월요일 밤의 폭우.
팔십 몇년만이라더니
오늘은
백 십 몇년 만의 폭우란다.
폭우를 뿌리는 게 벌써 몇 번째야!.
집중 폭우 다음날은 진정국면 보이더니만
이제는 대놓고 레벨 격상이다.
초토화 위력 과시로 대지는 밀리고 패이고
널부러진 자동차에 쓸려나온 것들로 난장판.
지나침을 넘어 자연의 양심불량 수준이다.
비가 두렵다.
2nd 토요일.
비가 온대서 집콕.
모처럼 달달한 오수에 푸욱.
각자가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21C에 한 두번도 아니고!
예고 없는 방문은 아니지 않은가?
자다가 기절초풍 수준.ㅜ
이기심, 선심이 앞서 배려를 배우지 못하는 행위다.
77주년 광복절 아침.
때마침 어제부터 보다 잠든 인도 영화,
R(rise)R(roar)R(revolt)
강제, 무력으로 뺏긴 내 것을 찾는 일.
저항하고 봉기!
대활극은 무한의 애국심을 독려했다.
'결과가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애착이 무위에 머물러선 안 된다.'
내 조국의 독립 이후 성장을 이룬 지금에
뭉클한 아침이다.
3rd 토요일
간밤의 비가 섬득..
더는 평정심을 기대할 수 없는 비.
습기 잔뜩 품은 아침. 냉방기와 커피향이 엉킨
어느 때의 그 여름 냄새가 그립다.
아이들에게 분쟁이 생겼을 때 내가 늘 하는 말이다.
지적을 받으면, 지적 받은 아이는 '그러는 너는?!' 한다.
너도 하고 나도 하는 짓거리라 잘못은 묵인 되야 하는가?
금지어야.
이 말을 하는 순간, 너는 이미 패배인정이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졸렬하게 같이 죽자고 덤비는 꼴이거든.
지금의 사안은!
너! 잘못한 거 지금! 그거 말하는 거잖아요?
억울하면, 멋지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너는 안하면 돼요.
오후,
누구를 측은하게 여기는 일.
그것도 웃기는 이기심 같다.
누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주말이 두렵다.
느닷없는 불청객이 또.. ㅜ
개학으로
아침 거리가 활기차다.
그래, 진보의 역사를 쓸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은
이렇게 이른 아침을 열고 왁자지껄하게 환하게 열어야 한다.
날씨가
격하게 오르락 내리락 한다.
밤새
시원한 바깥 바람에 이불을 여미고 맞은
마지막 토요일 아침.
모처럼
산더미 같은 업무가 톡톡..
할 일도 없었는데 잘 됐다.ㅋ
머리가 시큰, 눈알이 뻑뻑. 쉬었다가 다시
반복반복..
이런 격무가 얼마만인가.
웃프다.
나의 습작질이 문서작성에 속도를 내는 것이..
세상천지 배운 것이 쓸모없는 것은 없나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느끼고 배웠는데
똑같이 익어서 떠나야 자리에
익었으나
그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고개 떨굼.
익어서 떠나는 것들이 말하기를,
'태생부터 그러했다.'
익었어도 이 자리를 지키라며 있어야 할 곳을 일러준다.
지들도 다 누려보면 결국 태생,출신이니
주류, 비주류니 따지지 않는 소소한 것으로 회귀한다며
괜히
그들만의 리그에 끼어들지 말라고.
끼리끼리 과학을 흔들지 말라며 출신이 그러한 것들의 한계 설정,
상한선의 지침을 알려준다.
그래도 달려들어 쟁취하려니
예고대로 정체성의 야유가 날아들고 이에 맞서 설 곳이 무색지경이 되자
분노만 더욱 여물어져가는 조커가 되려 한다.
참담, 처참의 의미 파악.
좀 웃기는 드라마였는데 진한 냉소를 남겼다.
31일.
교장선생님이 전근 가신다고 아이들이 많이 서운해 한다.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었단다.
교장선생님은 사인을 받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팬 서비스도 해주고..
그런데
이 아이들 바로 영어 시간이 되자 박수치며 신나라 자지러져서
울다 웃다 어디에 털 날 뻔했다는..ㅋ
눈물은 빼도 박도 못할 때 흘리는 게 기막힌 거지..
한 치도 알 수 없는 하루 하루들,
이번엔 무시무시한 힌남로가 온단다.
두려웠던 비 무르고 거대바람이라..
여튼 서둘러 굿바이!
AUG.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