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수사학
손택수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리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먹는다는 것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헌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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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June.
나는
너의 무대에서
어떤 인생을 연출하게 될까..
1st 토요일
어머나,
3일 동안 쉬는 거야..
업무파일
가뿐하게
엑셀로 마무리해서 보내고
Hus와 춘천행.
이제는
내가 운전.
1년에 한 번 정도
운전대를 잡을까 말까..
그러다
5년 여 전부터는 운전대를 놔버리고
대중교통 이용자로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대중교통으로
동네를 익히는 재미도 쏠쏠했으니까..
시장도 카트 끌고
저상버스 타고 씩씩하게..
21C에
배달 대신
무식하게 힘쓰며
장바구니 낑낑 들고 다닌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힘 뒀다 뭐 해?
돈 주고 하는 운동 대신
걷기 운동하면서
눈품, 발품 팔아
저렴한데 싱싱한 것들
바로
구매해 기다림 없이 가져올 수 있는데..
그렇다고
전자상거래의 이용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Hus가 운전을 할 수 없으니..
10년 여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사람들이
매너 좋게 운전을 참 잘하는 것 같다.
쩔쩔매며 너무 멀리 갔다.ㅜ
나의 용불용설에
깊은 반성이 필요했다.
핸들, 차선변경,
주차도 모두 생소했다.
Anyway
의암댐을 가고 싶다는 Hus를 모시고(?)
풍성함이 넘치는 여름 산을 맞았다.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햇볕
온몸으로 받아내며
너그러움 충전하고
비 오면 말끔 단장하여
신선함으로 초록초록하고
흐린 날은
Gloomy 하게
분위기 보태는 초록
두 가지 모두를 만끽.
여름은
산이
겹겹이 빗겨 줄 서서
넉넉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아름다움의 극치다.
그런 산을
당연
눈에 가득 담아 감탄.
환하게 열린 올여름 산을 환대.
가는 길에
'기와집 순두부'도 먹고
의암댐이 마주하는
벤치에 앉아
응급이 늦어버린 아쉬움을
아쉽고 아쉽게 게워내고
중요한
중심 망막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양쪽의 시야가
지금보다는 나아지길 바라며..
돌아오는 길에
단둘이
분위기 좋다는 카페에 들러
커피 브레이크도 하고.
비 오는 현충일.
늦은 감은 있으나 단비다.
열기 잡아내리는 비,
비
여름비가
촉촉하게
바닥으로 스며들고 있다.
월요일을 쉬고
시작의 2일째를 맞았다.
선물용 핸드드립 원두를
바로 갈아 포장하고
아이스 탄자니아 한잔
서비스로 받고
교재실장 브레이크용 커피도
준비하고
원두 내려먹기 귀찮은 날,
시원하게 녹여먹는
인스턴트 알갱이 커피도 사고
쨍한 하늘이 좋아 애정 담아 찡긋하며
커피커피하게 시작.
대중에 묻혀 그들의 시선에 흘김 없이
거리를 걷는
평범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하루.
잠깐
내린 비는
밤의 온도를 끌어내리는 바람에
창을 닫고 코오..
다음날의 일상을 맞았다.
하굣길,
먹구름 낀 하늘에
한 두 방울..
꾸물꾸물한 하늘이 별로다.
다른 학교로 간 쌤과 만남.
대학 때부터
사귀던 남친의 이별통보에
딸이
펑펑 울었나 보다.
어미로서 단호하게 말해줬단다.
'끼리끼리 과학이다.'
뭐가 아닌 건데?
부와 세습적 지위란다.
2nd 토요일 아침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랑
논에 물 들어가는 건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는
울 엄마 말씀이..
근데
학원비 결제하려니 손이 덜덜..
논에 물 들어가는 건데?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건데?
그리고
다시 만난 선생님,
쪽팔림과 감사함의 입장 차이.
곧
끝날 쪽팔림이라고 위로.
나는
내가
점점 무서워진다.
정신줄이..
문서 제출할 때마다
유일하게
틀리지 않는 1인이라는
명성이 아찔한 즈음..
가끔
풍겨오는 탄 냄새,
익숙하게
옆집이라 여기고 방관.
그런데
옆집 아니고 우리 집 전기밥솥에
시꺼먼 누룽지가 앉고는
전기밥솥이 작동을 멈췄다.
'그래, 바꿀 때 됐다.'
이제는
아무리 우겨도
쌀밥만은 절대 놉!
압력밥솥으로 바꾸는 게 맞다며
전기 압력밥솥을 샀다.
Hus가 밭에서
이것저것 가져왔다.
열무김치를 담그려
풀 쑬 준비,
불에 올려놓고 예열할 동안
가져온 콩깍지 벗기는데
또
탄내가 난다.
우리 집은 아니라고 안심.
I'm crazy.
냄비 바닥이 시커멓다.
어쩜 좋아.
탄내의 알람에 경각심이..ㅜ
발가락 다치는 일이 연례행사였는데
잘 넘어간다 했다.
애기발가락이 침대 모서리에 찍혀..
정확히는 상황 설명이 어렵다.
일어나 자세 세우면서 순간 일어난 일이라..
애기 발가락이
퉁퉁
부어올라 벌게지더니
다음날,
안쪽이 시커멓게 멍들어버렸다.
젠장.
대로변에서
아이가 목청 놓아 운다.
'아가,
먼 훗날 말야,
네가
오늘
이렇게 울던 이유가 기억은 날까?'
한 주가 시작되고..
집에 오는 길,
킬리만자로의 선물이라는
Tanzania AA를 샀다.
나처럼
서비스로 받은 맛이 좋아
구입한 고객들도 있었단다.
사람의 감동은
비슷한 모양이다.
찔끔 남은 코스타리카 따라주와
Mix them up
맛난 것들끼리 모여
서로를 상쇄시키는 것이 아니라
맛의 콜라보를 연출한다.
근사하다.
힘든 월.수요일이 지났다.
비 오는 목요일 아침이다,
안식.
다음 주부터 장마라는데
그럼 7월은 폭염 예고인가?
견뎌내야 하는 일을
미리 고민하고 앉았다.
한심.
모바일 뱅킹의 알람음.
보너스, 환급금까지..
어머나..
뭐 이리 좋은 일이 한꺼번에..
'아고 좋아라.'였는데
다 좋으면 안 되는 건가 ㅜ
일냈다.ㅜ
큰일은 아니지만,
내가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의도한 것도 아니지만
이래도 저래도
지는 게임에 말렸다.
권위를 흔드는 결과가 돼버렸다.
우쉬이..
그 선생님이 내 교실을 나가고
옆 실과실에서
첼로 연주곡이 뭉클하게 들렸다.
감성이 무뎌져야 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너무 좋더라니..
집에 오는 길
머리를 퍽 잘랐다.
전에 해준 머리가 맘에 들어
그 미용사분을 찾았다.
너무 좋아한다.
다음에도 자기를 찾아달란다.
그럴 거 같다.
돌아가신 시모가
꿈에 연속으로 나타나셨다.
꿈풀이로 보면 길몽이란다.
걱정했던, 지는 게임이 가볍게 해소됐다.
멋진 결자해지로 만회.
그렇지만
속도위반 딱지가 똑똑!
센 거다.ㅜㅜ
목요일 오후 하굣길
비가 억수로 내린다.
장맛비의 시작이 거창하다.
교실을 지키는 동안은
목요비가 좋았는데..
장마가 시작된대서
일찍 캐온 감자
양은 적지만 튼실하다.
여기저기 다 나눠주고
Give & take
4th 토요일
언니네가 감자를 받으러 왔다.
저녁식사 하고
디저트까지 채우고
그러나
얼마 전까지도
만남 때마다 마셔대던 술은 빠졌다.
모두의 건강은자발적 만류를 권유.
콘솔 위에 놓인 또딸, 백일 무렵의
가족사진 중 Hus를 보며 언니가 말한다.
"어구우, 젊었네."
Hus가 말한다.
"금세죠.."
돌아다보는 일은
그렇다.
튼실한 양배추와 양파까지
실려 보내고 끈적한 하루와 작별.
한바탕
쏟아부을 모양새의
일요일 아침.
댓바람 학원 가야 하는 또딸의 아침을
거하게 챙겨 먹이고..
'아가, 건투를 빌어.'
죙일 날씨는 찌뿌둥둥, 후덥후덥하며
골내고 앉은 모양새다.
청소하는 동안
맑은 육수가 뚝뚝 떨어진다.
그럼에도
여름 내음이 뭉클하게 스친다.
뭘까?
몇 년째
알 수 없음의 기운들이다.
4th 월요일,
장대비가 열어논 창
방충망을 뚫고 들이친다.
수업이 끝나
아이들이 다 가고 없어서 창문을 닫았다.
잡곡밥의 묵언투정하는
Hus 챙겨 먹일 참으로 톡을 했다.
'가마솥 추어탕' 먹자고..
어쿠우,
쌀밥 한 공기 다 드시고 누룽지까지 싹싹이다.
한 달 새 많이 마르더니
바로 할아버지가 된 이,
측은지심.
억수로 퍼붓는 장맛비.
바깥창과 방충망,
노상에 주차된 차 청소하고
구정물 씻겨보내는
냇물에 홍수주의보를 알린다.
이별하는
이번 6월과는
'없다.' 다.
갈망, 꿈이 없어
포기, 절망, 우울도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았다.
그냥
이리저리 살아보는 일이었다.
다 내려놓으니
머리가 무겁지 않은 것은 견디기 좋았다.
B.Y.E. Jun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