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랬듯이
조병화
머지않아 그날이 오려니
먼저 한마디 하는 말이
세상만사
그저 가는 바람이려니
그렇게 생각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실로 머지않아
너와 내가 그렇게
작별을 할 것이려니
너도 나도
그저
한 세상 바람에
불려가는 뜬구름이려니
그렇게 생각을 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순간만이라도
얼마나 고마웠던가
그 많은
아름답고
슬펐던 말들을 어찌 잊으리
아, 그 많은
행복하면서도
외로웠던 날들을 어찌 잊으리
허나
머지 않아
이별을 할
그날이 오려니
그저 세상만사
들꽃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을 해다오
행복하고 쓸쓸했던
이 세상을
내가 그렇게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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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몸살감기로 데굴데굴.
2주 넘게 아프다가
좋아하는 수영도
토요일에는 연속 3주 쉬고
아픔의 3주째 들어서니
맥이 빠진다.
주말,
담요 두르고
계란말이를 일삼고도
비타민을 약 먹듯
꼴딱꼴딱 삼켜대도
개운치 않다.
수영 셔틀버스에 타는
어르신 한분이
늘 말이 많다.
그 짧은 시간을 피해 가고 싶은 게
2년째를 향한다.
버스에 오르면
고작 하루 지난,
터럭만큼도 관심 없는
당신 일과를
열심히 읊어대는데
예의를 지키느라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ㅜ
어떨 땐
아예
푹 숙이고 폰질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12월,
간단한 눈수술로 쉬신다고
Hooray.
근데
인생 참..
셔틀버스 기사님들
rotation 하시는데
말 많은 수다 어르신과
쌍벽을 이루는 분이
우리 3호차를..ㅜ
또딸이 키득대며 말한다.
" 떠난 자리를 신나라 해봤자야!
그 자리는
꼭
누군가
다시
채우게 돼있다는 것이
인생불변인데 것도 몰랐어?
일명 총량불변의 법칙! 말야."
"그니까.ㅜ
일상 자체가 폭탄인 거였어.ㅋ"
이젠
그 기사님의 무용담을 들어주느라.ㅜ
돌아보니,
올해 말이다.
열정적이었다.
일단
수업에 들어서면
아이들과 일체가 되면서
나는 없었다.
모두 내보내고
시커멓게 내려앉은
복도를 나서는 일.
나를 위한 공부보다
가르치는 일이 타고난 게 분명하다.ㅋ
끄트머리에 와서는
체력에 부쳐
이리 고롱대고 있지만
올 한해는
내 평생동안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오십의 절반을
훌쩍 넘기고도
나의 살아있음을 재확인.
남은 얼마도 잘 보내자.
나의 최선과
기지를 꽉 부여잡고 말이다.
반년동안 연락도 없던
어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에서 몇달.
이제 퇴원해 집에 왔단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
딱히
알리고 싶지 않았단다.
이해는 한다.
모두
바삐 사는 세상이라
알리는 일을
민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또한
사는 일에 치여
주변에
참으로 무심했다는 생각에.ㅜ
그럼에도
내년 3월까지 얼굴을
볼 수 없다는.ㅜ
괜찮단다.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으니
내 일이 Break를 가질 때 보잔다.
ESTA VISA 승인 완료하고
직접 여행사를 들러 Booking도 했다.
으실으실 추운 거리.
거리를 지키는 경찰관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니
사는 일이
모두
각자에게는
치열함이라는..
학교에 가기 전,
입맛은 없지만
체력소모로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둘러보다
뜨신 추어탕집이 눈에 들어왔다.
한 그릇 싹싹 해치우고 나니
콧물이..
후련하게 풀고 나니
살만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타민도 홀짝 삼켰다.
새로운 월요일의 시작.
아침부터
함박눈 내리는 목요일.
마음은
흠뻑
맞아보고 싶었으나
이 눔의 나이 먹은 몸이..
이뿐인가,
고롱대는 중에
흠뻑 맞으면 뻗을 거고
요즘,
내 몸은
나만의 몸이 아닌 터라.ㅜ
그런 저녁
귀갓길이 너무 춥다.
눈이 얼어간다.
추운 날이면
Hus가 삼겹살 타령이다.
그 기름에 김치 넣어 밥도 볶잔다.
하룻 저녁에 2kg 찐다고!
이젠
소주도 마실 줄 안다고 왕왕.
근데
체력이 지친 상태로는
한잔도 찌릿.
부정맥에 부팅하는 기분.
퇴원하고 회복의 기운을
끌어안고 사는,
그러나
여전히 어눌한
언니(네)와 길상사에 갔다.
첫 번째 번성기를
누리던 동네에서
옛이야기를 나누며..
이 동네 아이들 가르치러
각 집 차를 타고 올라오던 길.
공채로 고용됐다는 기사님들의
그 쟁쟁한 집들
내막 스토리를 들으면서.
돈이 가져다주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그 무엇.
막강하고
짜릿한 권력의 세계를
이십 대 중반에
알아버리게 한 동네.
늦잠 자고
아점도 못한 일요일.
성북동의 소문난
연탄 돼지불고기를 먹자고 했다.
입맛 없고 자꾸 체한다던
언니가 맛나게 먹는다.
문득 엄마가 생각났다.
생전,
뭘 먹어도
맛 없고 기운도 없다길래
동네 반계탕 집에 데려가자
어찌나 맛나게 드시던지..
그리곤
기운이 회복되더라는.
언니가 딱 그 모양새를 한다.
언니가
추워해서 걸을 수는 없으나
이대로
집에 가긴 뭔가 허전하여
드라이브를 권했다.
생전의 엄마랑
아이들과 돌던
북악스카이웨이를 돌아보잔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
군데군데
눈 얹힌 인왕산 자락이
더욱
시려 보이는 한겨울 언저리.
Hus의 텃밭 멤버
부부들과 송년회.
올 농사의 풍년을 자축하며.
울 Hus가 이랬을까(?)
연령 차이, 세대 차이 말이다.
그 어색함의 부적응,
내 친구들 부부 모임 피해 가려는
이유들 중 하나이리라
우리 친구(부부)들 모임은
부부 위주다.
상대 배우자를 비난하는 일,
모두 인상 구긴다.
하지만
Hus네 친구들은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너무도 당연한 일상화다.
(환갑도 훌쩍 넘긴 연식에 안동 분들이라..ㅜ)
결과적으로
여인네들의 恨을 만들고
홧병 부를 지경 또한 당연한 일상.
모처럼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기회 잡은 듯
마나님들의 성토들.
그냥 마구 질러버리지만
발 빠른 회귀.
'구관이 명관입니다.'로 ㅋ
결국은
부창부수 같은 이야기들.
들으면서
어찌나 웃어댔는지
집에 들어오자
안면 근육이 아플 지경.
'바뀌라는 게 아니라
서로 배려해 보자고.
지나친 고집은 고립만 부른다고..'
감히
졸다고 주제에 올리는 말씀은
씨알머리도 안 먹힌다.
식사 때도
아예 남자 셋, 여자 셋이
따로 앉아 먹더니
식사를 마치고
커피점으로 이동할 때도
남자 셋, 여자 셋이다.
감히
졸다고가 거리에서
또 한소리 했다.
'아니 부부동반이라더니!
이리 따로따로 일 거면 뭐 하러..'
모두 웃으시며 짝지 옆으로 간다.
커피점에서도
부부끼리 같이 못 앉으면
마주 보고라도 앉으시라 우겼더니..ㅋ
모처럼 대학가 앞에서
대학시절
미팅 분위기 난다며
파트너는 어찌 정하냔다.
파트너는
이미 정해져서
바꿀 수도 없고 바꾸면 큰일 난다고.ㅋ
마침내 귀갓길ㅋ
부부들이 손을 잡고 BYE~
즐겁게
사는 일이
권위주의 무장보다 나음을 아셨을까.
영화 '빌리 엘리어트'
죙일 뒹굴거리며 리모컨
만지작거리다 얻은 영화.
영화 '시네마 천국'이 생각났다.
자기가 나서 자라고
꿈을 꾸게 된 곳을 생각지도 말고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오지도 말라고..
인간의 꿈이
지나치면 탐욕일 것이나
지나침만 조절할 수 있다면
사는 동안 성취감이 주는
만족감에 취해 살 수 있을까?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 하는 일과
꿈의 성취를 찾는 일 중
내가
느끼는 가치의 비중은
어느 쪽인가.
양고기 타령하는 또딸 땜에
저녁,
가족들과 양꼬치 거리로 나서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선(善)에
대해 이야기.
결국은 물질적으로도
잘 사는 일이 선일 수 있음을.
나의 외사촌 동갑내기 싱글이
위암이란다.
아주 초기에 발견돼
시술로 선종 떼내고
일주일간 입원했다 퇴원했단다.
곱상하게 생겨서
젊은 날,
결혼하려고 선도 꽤나 봤으나
자신의 Perfect List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바로 'Out'이었던 때에
나는 싱싱한 독신주의자였고
선보는 일도 우습게 생각했는데..
이후의 현실은
생각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아직은
외숙모가 옆에 계셔서
서로
의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혼자인 자신이
아파도 밥벌이하러 나서야
하는 일이 구질해서 우울하단다.
병들면 세상에 혼자인 것이
더욱
절절하게 와닿는 법.
또한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독은
더운 날 늘어진 엿가락처럼
기분 나쁘게
착 달라붙을 것이라.
우울의 정점을 찍고 있는 이에게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ㅜ
12월의 마지막 주말,
병원행.
이번만 약처방.
상태가 괜찮아도 다 먹으란다.
약이 졸릴 수 있단다.
늘어지게 자고 자고
우울 따위가 밀고 들어올 틈이 없다.
2018년을 마무리하듯 돌아보자니
나에겐
행운의 한해였다아.
♡ BYE.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