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마음

쨍쨍하늘 2018. 3. 31. 15:42

 

마음

 

                        박경리

 

 

마음이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 먹인

모시 적삼같이

사물이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 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좇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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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나간  1st 월요일.

이렇게 혼자 싱그런 아침을 맞는 게 얼마만인가.

모처럼 봄날의 신선함이다.

평소 주부였을 때처럼..

다 내보내고 차를 마시며 만끽하는 혼자만의 여유.

구석구석의 먼지꼬라지들

눈에 거슬려 못참고 시작하는 청소.

후련하게 닦고 문지르고 씻어내니

 

싱그런.. 

싱그럽게 샤워하고 명동 성당에 갔다.

아주 오랜만.

초도 켜고 자문자답의 기도도 했다.

 

 2년만에 어린 친구를 만났다.

자기가 불편해서 자기를 위한 배려..

힘든 우리식의 전근대적 정서.

받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부담스런 배려를 헤아려야 하고.

그러나

굳이 내 사는 근처까지 와준 것은 고마웠다.

돌아오는 길,

학원에서 토하듯 쏟아져나오는 아이들과

Pick up 온 부모들 차가 뒤섞여..

동네 특성상 밤 10시의 거리가

최고의 Rush Hour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면서

쌀쌀하지만 봄기운 넘치는 활기 흡입.

다음 주면

다시 익숙한(?) 일터로 나갈 것이다.

그래서 이 봄 기운 넘치는 밤거리가

더 기운차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동창들을 만나러 부암동으로..

그런데 어찌나 전화와 문자가 와대는지..

결국 동사무소로 달려가 메일을 열어 업무를 봤다는..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담에 꼭 맛난 밥 사겠다고 진짜 수표 날렸다.

한꺼번에 훅훅 치고 들어오는 일..

물론 언젠간 이 인기가 떨어지거나 지뢰를 밟을 날이

올 것이라고도 예상하지만

당장의 이런 전설 같은 인기가 겁나고 두렵다.

부랴부랴

헤어지고 돌아와서 끝내지 못한 업무를 전화를 통해 마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출석부를 완성했다.

이틀을 부시시한 채  미친듯이 일이라는 것에 매달렸다.

그리고

홀리듯이 뭔가에 바쁘게 매달릴 때,

살이있음으로 감동하는  나의 천성을 재확인.

 

 더이상

토요 근무를 하지 않는 주말 아침.

모닝콜처럼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SMS, LMS, MMS

통합 150회/1일을 10회 이상

초과하면 무료문자 서비스가 해지된다는..

나의 비지니스가 고됐음을..

Hus가 말한다.

"토요일을 쉬니 한결 좋으네"

오전의 토요 수영.

며칠만에  샤워하는 것처럼 상쾌했다.

그리곤 죙일 빨려들듯 잠 속으로.

 

 'Golden Slumbers'

영화 광고를 봤다.

아니 정확히는 제목을  본 거다.

글쎄 왕년, 것도 잘나가던 왕년?

아님, 기억할만한 왕년인 것일까?

올해는 나에게도 'Golden Slumbers'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첫 수업의 일주일이 끝나는 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책임감이 뒤따랐다.

 

 내가 좋아하는 요일,

것다 비까지 오면..

꺄악!

이런 목요일 오후, 기운 소진된 마지막 수업.

한 학생이 말했다..

"와아, 우리 엄마보다

선생님! 선생님이 진짜 잘 가르쳐주시네요"

우쭐하는 모양새 지어보이고는

"당연한 거 아니냐? 내가 선생인데 말이지?ㅋ"

나도 내 자식들과 공부하는 엄마였다.

나만한 선생을 쉽게 만나지 못할 걸 알기에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ㅋ

이 학생의 엄마도 나 같은가?ㅋ

 

 뭐래도 뭐래도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신학기는 나르는 원더우먼이어야 했다.

바쁠 때일수록 회전력 좋은 나의 순발력 ㅋ

그리곤 귀갓길의 고단함은 ㅠ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라구'

근데

일이 재미있고 고무적이라..

 

 주중의 어느 하루.

잠에 치이는 또딸과 나는 생사를 떠난

수면의 밤을 보내고 싱싱한 아침을 맞았다.

이구동성으로 기분 좋은 아침이라 외쳤다.

 

 수업을 마치면서 나가는 한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우리 저승에서도 만나요?"

다른 아이가 말한다.

"신과 함께! ㅋ"

"야아, 죽어도 내가 너보다 50년은 먼저 죽을 것 같은데 널 저승에서 어떻게 봐아?ㅋ"

"죄 닦음을 하고 계실 거잖아요?"

"나는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죽자 바로 환생할 거라 니가 저승에 올즈음에는

난 이 세상 사람이 돼 있을 거다.ㅋ"

 

 올 3월도 마무리가 되가는 것 같다.

울 또딸의 탄신일은 모두가 바빠서 일욜로 당겼다.

Hus가 한산한 시내로 나가보자고 했다.

용산에서 서울역까지 거리가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대낮과 다른 느낌들의 새 고층 건물들이 휘황찬란했다.

나 서울 사는 사람 맞나?

썰렁한 일요일의 북창동 거리,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돼지고추장구이의 '남매집'

가성비 좋아하는 울가족의 맛난 식사.

울가족은 업주가 가장 좋아하는 손님이다. ㅋ

음식점에서는 오로지 먹는 일만.

많은(?) 양을 먹는데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ㅋ

이번엔 또딸이 맛에 열광하는 바람에 고기 좋아하는 마딸까지 거들어

8인분을 주문해 먹고는 반기는 주인 앞에서 부끄러워하며 얼른 나왔다.ㅋ

Hus와 나는 잔치국수로 입가심하고 싶어서. ㅋ

아이들은 공차 집에서크림 듬뿍 얹은 Tea를 쪽쪽 빠는 동안

우리는 뒤지고 뒤져 어묵 우동으로.

우리 먹성은 좀 과하지만 우리끼리니까. ㅋ

 

 친구를 잃었다. 정확히는 버렸다.

주변의 친구들은 이미 접은 지 오래라고.

나의 오랜 인내에 '홧팅!' 했지만.

여리디 여린 것이 왜 그리 독이 올라 악을 써대는지.

결국 나의 인내심마저 접어버리게 말이다.

똑똑한 친구라 내가 자기를 접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고

내심을 드러내는데 어색한 친구라

아무도 없는 제 방에서는 죙일토록 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친구의 정도가 과한 결과다.

이젠

그 친구의 '자숙'만이 과제다.

미세먼지가 뿌연 날만큼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ㅠ

육십을 목전에 둔 나이다.

별별일을 보진 않았지만 많이 봤다.

더는 내가 아플 일은 아니라고.

단호해지고 싶다.

 

 Hus가 보험에 사인해야 하니 일을 끝내자 서둘러 나오라고..

산더미 같은 채점거리들 내던지고 나오는데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었다.

아침부터 피로로 여겨지는 두통 땜에 힘들었는데..

 

 마지막 토요일,

숙제 같은 채점거리가 걸려 학교로 갔다.

담주 토요일은

일찌기 대리근무 부탁 받는 터라..

연속으로 토욜에 학교에 가게 생겼다.  

오랜만에 코디쌤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점심도 먹고 후식도 먹고

모처럼 쨍하고 화사한 토욜 오후에 말이다.

                             피곤해서 돌아가시겠다.

계속 눈알이 빠질 것 같다.

지금부터 4월 1일까지 숙면을 취해야겠다.

 

 BYE, March. 2018'

Good Bye Song은

비틀즈의 ♬) Golden Slumbers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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