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는 땅 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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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3월
그 첫날.
봄비가 유리창에 대롱대롱.
휴일 아침답게
대로변도 안식의 아침이다.
근데
첫날부터 기본을 무시하고
혼자 튀고자 하는 이의
김 빼는 오지랖 연장에 ㅜ
잠시 부들부들..
살다보면
별의 별일이 다 있다 치고!
자식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던 이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는 신고식 차
Coffee Break로 위로.
속초 동명항으로 출발.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간직함이 옳지 않은가.
W.H.A.T ?
새벽 3시
순차적으로 세치와 세수후
3시 반을 조금 넘어 서울을 출발
속초 동명항으로 향했다.
산을 넘지 않아도 되도록
뚫려진 많고 많은 터널은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염려하여
첨단공학의 센서 작동.
넋 놓고 가다
트럭의 크렉션 소리에 순간 깜놀 ㅋ
우리만 달리는 도로였으니까.
한참을 가다 호루라기 소리에 ㅋ
'아고오, 안 졸고 있다고요.
안전운전 중이라니까요.'
여섯시 무렵 동명항.
어두운 천지에 파도는 요란하고
활어시장은
하루를 시작하는 준비로 분주하다.
잠시후
무대같은 바다 아래의 태양은
제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수평선 위로
스펙트럼 파장을 일으키며
곧 등장을 예고하지만
매서운 파랑은
이제
막 시작한 3월에
딱침을 놓는다.
방파제 Fence를 따라 등대까지 냅다 달림.
헉헉..
미약하나마 핫팩효과.
6시 58분.
반듯한 원형의 벌건 해가
수평선 위로 오른다.
순식간
훤한 아침이 열렸다.
(어디나 같을 것이지만)
이곳의 일출 등장은 10년 전 쯤,
10월의 추웠던
그 어느 때나 지금이나
시계바늘 규칙의
알람처럼 다를 바 없다.
기다림은 기나
결과는
허망하리만큼 찰라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발간 것이 노랗다.
동그란 것만 잘라내면
달님이래도 믿겠다.
견우 직녀같은 햇님, 달님.
나의 흔적조차 흐릿할
22C에도
발현할 무한섭리를 떠올리니
아고오, 너무 질기다.
21C판 '동명일기' 끝.
해는
동천에 높게 차올랐지만
일상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이른 아침이다.
배꼽시계로
가부장의 권위 운운하며
아침상 받고 싶어하는 Hus가
노래하는 물곰,
일명
곰치국 타령 잠재우려
아침식사 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 헤매다 대포항으로..
여직
동명항에서
싱싱한 활어 입찰이 안 끝난 것일까.
아무리 빠른
아침식사도 8시 시작이란다.
8시 무렵까지 바다를 끼고
이리저리 빈둥 드라이브..
간신히
그러나 맛난
곰치국과 홍게탕으로 아침 식사.
고성군 방면으로 달려
추천 받은 '바다 정원'
베이커리 카페 도착.
10시 개점인데 한 시간 전쯤이다.
자식들은
여기서의 디저트를 기대하는 눈치다.
좋아.
'차 안에서 잠시 눈좀 붙이자.'
그리고
기대만방 장전하고
음료와 베이커리 주문하여 4층으로..
이번 당일치기 여행 컨셉은
'찰라를 위한 여정의 기다림' 이다.
아야진을 따라 화진포까지 달려..
진부령의 옛길을 따라
인제로 내려오며
기억 또는 추억 찾으며 고속도로 진입
딱 12시간의 여행.
백주대낮에 귀가.
Hus왈,
'이럴 줄 알았으면
서해의 일몰까지 당일 투어에 넣었어야 했어.'
어쿠우,
'그러네.'
선물 받은 김이
너무 많아 나눠먹자고 하니
김만 받으러 나오기는 싫다는
친구의 절나들이에 동참.
북한산 언저리로 올랐다.
산자락의 바람은 골난 듯 매섭다.
노천에서 머리 휘날리고
몸 휘청거리며
나의 문답식 기도 드림.
'깊은 반성은 빼자.
그저
나답게 살자.'고..
나의
두 부류의 친구들.
영리한데 부드럽지 못한
(이를 두고
냉철하거나 예리하다고 할 수 있는)친구와
천지 어려움 없이 자라
좀 고구마 같지만
이를 격조라고 생각하는 친구.
영리하고 이성적이며 냉철하지만
순수하고 격조를 놓치지 않는..
이 모두를 융합한 나이고 싶지만
말이 쉽겠지.
이 친구들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분명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 보일 것이다.
분주한 새학기의 준비
새로운 전자 시스템은 융통성이 없다.
입력된 메뉴얼들은
전체를 반영하기에는
현장의 변수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작업이 줄어든 것은 장점이나
사람들의 경험으로 다져진
처리능력의 순발력 면에서는 평균 이하다.
시스템 또한
시행착오를 반복한
경험치의 메뉴얼이 필요해 보인다.
여튼
사람이 만든 기계에
길들여져야 하는 세상을 학습중.
형부 생일이라고
언니네와 우리 부부 만남.
튼실한 장어 세마리를 뚝딱.
식사후
삐딱스런 회색 하늘이 못마땅하다는 언니와
파주로 디저트 카페..
젊은 아이들의 핫플이란다.
노친네들 쫓겨날 수 있는지,
들어가지 말아야하는지
눈치껏 탐색 차원으로
(형부가 나보고)
먼저 들어가보란다.ㅋ
'어쿠, 그러려면
형부가 먼저 들어가 보셔야 하는데요?ㅋ'
바글대는 인파는
익명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작은 케잌을 놓고
축하 축하 빰빰!!
자꾸 월요일 같은 일요일 아침.
엇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바닥이 촉촉하다.
밤새도 비가 온 것일까?
덕분에
산불은 잦아들었단다.
건조한 대지에 단비다.
사람들은
쏟아지는 정보를 흡수하면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자신들이
전문화 되어가고 있다고 여겨서인지
자신들의 생각을 본질인양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데다
자기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통계에 의존해서
전체의 흐름이나 평균을
내는 것은 맞지만
다름의 다양성이
버젓이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제도가
이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어리석은 자신감은
이런 경로를 거쳐온 것일까?
비 오는 토요일 아침.
빗소리가 멋스럽다.
눈을 뜬,
뭐든
시작해야하는 아침이지만
할 것이 없다.
언제부터일까
아침이 너무 길다.
마딸을 깨워 TV에 속아(?)
우산 받쳐들고
햄버거를 사러 나섰다.
포장주문하고 음료수 하나 마시자고 보니
Root Beer가 있다.
이거
삼십 몇 년전,
Mla에서
Beer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ㅋ
으윽한 음료다.
마딸이 호기심을 갖고 묻는다.
으음,
맥주는 아니고..ㅋ
체리맛 탄산음료 같다고나 할까.
그래,
피자나 바짝 튀긴 치킨이랑 마셨던 것 같다.
마딸은
인증샷 한방 찍고는 홀짝.
마실만 하단다.
입맛의 격세지감.
아니
입맛의 세계화이거나 다양화인가?
가평 사는 친구와
연례행사도 아닌데 일년 만의 만남.
부부 모임으론 2년만.
반가움 듬뿍.
청초하게
기절수준의 수면으로 보내던
하루의 긴밤을 두 눈 번쩍 뜨고
거리에서 맞았다.
이런 날이
누구에게는 일상,
누구에게는 낯선 밤이다.
또 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주중
몇 번의 저녁 나들이 후
냉장고 안을 보자니
♬) 'We're The World' 가..
이건 저 먼나라 이웃나라의
분쟁에 어울려야 하는데 말이다.
두 번의 장을 푸짐하게 보고
뒷정리하고 나니
하루가 저물어버렸다.
먹는 일의 준비가 고된 하루다.
또딸은
생일케잌이 항상 한 개 이상이다.
평생
넘치는 축하를 받으려는
팔자인가보다.
엄마도
넘치게
축하축하 빰빰빰..
만나려고 먹는 건지
먹으려고 만나는 건지
만남에는
왜?
꼭!
마시거나 먹어야 하는가.
이런 잦은 만남이 좀 귀찮다. ㅜ
너무나
바쁘게
업무적, 의무적 만남이
잦았던 비일상적 3월과 이별.
모든 소원들! 필성취를 외치면서!
안녕, 2022.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