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정호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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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날의 주말 아침,
답답함과 지루함에
명동으로 가려고..
1시간 남짓
열대의 스콜마냥
퍼부어대는 거친 비는
버스에서 내리자
고맙게 멈추고
상점 쇼윈도우에는
거친 숨 거둔
진정국면의 빗방울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메르스 때의 거리가 떠올랐다.
오염의 이유를 들어
명동 성당의
성수가 말라있는 것도 똑같다.
문 닫은 상점들은
여름 휴가 시작일까?
그렇다면
언제까지라는 일정이
붙어있어야 하지만
아무 것도 없다.
휑한 명동 복판을 질러
신세계에서 바라본 남대문 시장,
길가의 매대는
검은 보호대에 꽁꽁 묶여있다.
반평생에
이토록
질긴 바이러스 침공은
별꼴이 반쪽도 아니고
희한한 와중인데
장마까지 요란스럽다.
댐 방류 물줄기의 섬뜩함이 O.L
역대 최장의 장마 기간이란다.
비가
온천지를 가라앉히고 있다.
이런 어느 하루,
들고 나간 우산을 펴지 않고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을
운 좋게 생각할 지경이다.
아침 등교길에 보니
산책로 아랫길은
흙탕물로 출렁대고
키 큰나무들도 반쯤은 잠겼다.
열대 정글의 우기 때 같다.
집으로 오는 길은
잠시 해가 났지만
주말
200mm 이상의
물폭탄이 예보중이다.
바이러스와 물의 공포감.
재난을 넘어 재앙 수준이다.
비가
아주 잠깐 소강 상태인 듯.
아침해가 반짝하며
베란다 창으로 황금색을 띈다.
바삭한 하늘 대신
열기 듬뿍 담겨
자를 수도 없는,
봉지에 담으면 수증기 고이는
방금 구워낸 뜨거운 식빵같다.
그런 날의 오후,
뻐기기 좋아하는 외사촌 동갑내기가
휴가라며 전화가 와서
하루의 1/3을 먹고 마시며
수다의 꽃을 피웠다.
서로 너무 다 아는
인척끼리의 반세기.
이제 와서
쪽팔릴 일도 없고
차라리
덜어내고 싶은 부분을
후련하게
말할 수 있어서 편하단다.
가족이 되는 일의
여정이란 더할 것이다.
많은 것들을 담고있게 마련인
나,
그리고 우리의 역사라는..
둘째 주말,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가평 친구 집에 갈 참이었다.
그러나
전국이 난리인 터라 집콕.
장장했던
미드 'Gilmore girls'를
마침내 다 봤다.
Before 영화 시리즈만큼
긴 시간을 연기.
이 미드의 작가는
한국이나 동양 문화를
스치듯 경험했나보다. ㅋ
독실한 제칠일 안식교 신자로
등장하는 어머니와
미국 문화가
더 자연스러운 딸의
한국 문화 묘사가
아시안 혼합이라 몰입 혼선.
이를테면
설날 아침,
떡국 대신
국수를 젓가락으로 먹고 ㅋ
결혼식을
전통혼례로 치른다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불상 앞에서
식을 올리는 일이나
연기자들의 한국말이
너무 서툴러
듣는 토종 한국인인
내가 불편한 등등..
또한
이 한국 엄마의 억척캐릭터는
세익스피어가 만들어 낸
샤일록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설픈 작가님, 연출자님 미워요.ㅋ)
그리고
로렐라이 어머니의 한마디.
'티끌 모아 태산처럼(되게) 투자'
티끌 모아 투자한 것이
태산만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여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과 정책이
들썩이는 모냥이다.
로렐라이와 그녀 모친 삶의 양립을 보자면,
나름의 소신으로 사는 일은
옳고 그름의 분류보단
주변의
인정이나 이해의 문제인 듯하다.
나의 공감 부류에 달려있으니 말이다.
일명 '그들만의 리그' 인 거 말이다.
더불어
로렐라이가
자기의 소신을 굳히지 않는데는
인류문명을 도약하게 한
물질의 힘을 의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경제력
(으로 자신의 아이를 명문 사립고와
사립대에 보낼 수 있고)과
미혼모이나
생부 또한 상류층이며
그런 그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구애하고 있다는 점은
다 깨지고도
돌아올 수 있는 보루였으니까.
철부지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는 자신감으로 부상하여
신기루처럼 여겨지는
진정함만을 찾는 일에도
체념을 모르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여
자신이
어릴 적 경험한 이들의
세계에 대한 환상도 없고
그런 도약을 꿈꾸지 않아도
루저는 안된다는
(일명 기댈 언덕의 백그라운드) 것들은
거듭하는 시행착오 앞에서도
주인공에게
자신을 고수할 수 있는
선택의 안정감과 당당함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
동.서양의 사람 사는 세상이
다를 바 없음이었다.
누구 저에게도
신탁 자금 주실 분 없나요?
저는 낼름 받아먹을 수 있어요!ㅋ
(잠시) 소신을 버리고
타협도 불사할 수 있어요!
다 살아버린 근처로 진입중인데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단순하고 원시적일래요! ㅋ
태풍 장미가
동해상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다 소멸하고는
그 온기의 휴우증은
전국을
물속으로 가둘 작정마냥
예보대로 비가 무섭게 쏟아진다.
역사상
최장의 장마를 갱신했건만
괴력적 수마의 광기는
지치도 않고
물 만난 고기더니만
수마의 오수랄까..
비가 이틀쯤 쉬어간단다.
푹푹 찌고
습기 듬뿍 품은 날이지만
비가 없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땡큐다.
나의 치아 보수 시작.
칠십 즈음인 단골(?) 박사님께로.
좋게 말하면 친화력.
사실대로 말하자면
말 많은 분 ㅋ
20년 이상을 함께한
실장과 진료하는 동안
어쩜
동네 아줌마처럼 두런두런
할 말도 그리 많은지..
단골 내과 선생님과는 정반대다.
내과 선생님은 진료에 관해
'Yes or No' 만 대답하면 된다.
그 이상에는
어떤 멘트도 대꾸도 없다.
한참 듣다보면
나 또한
어릴 적 엄마 무릎 벤 것처럼
잠들 것 같기도 하다.
보수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가지만
가격은 싸지 않은 지조.
진료는 신뢰감.
내과샘 Vs 치과샘:
수다와 침묵의 극단적 차이는 있지만
그건 개인의 성향일뿐
업무적인 성실성과는 무관해 보인다.
각설..
제대로
치아 검진을 하자니
어금니 치아 파절, 레진,
잇몸 치료후
반대편 씌운 어금니 발치.
그리고 임플란트까지..
(생각지도 않은) 치아파절은
골절 상해의 보험 혜택이 있을 거란다.
보험 들고
몰라서 못 타먹는 빙신이.
바로 두개의 보험사에 전화.
여우 같아서 싫어했던
베테랑 할무니
바로 가능하다는 전화 주신다.
여튼
한달쯤은 치과 열심히 다녀야 한다.
것다가
Hus까지 동반 보수라 거금이 훌렁.ㅜ
Hus와 내가
단골로 다니는 병원의
(한의원은 연세가 너무 들어
아들에게 물려주셨고)
의사 선생님들은
모두 할부지(할머니: 안과)들이시다.
단골 내과의
처방 약국 약사분들도(할머니)..
내년이면
노인 연령에 진입하는 Hus를 보자니
아직도
일선에서 일하시는 이분들 만큼
열의를 가지고 살아야 할 일!
광복절 아침.
습기 듬뿍 품어도 좋았던
비 없던 이틀 뒤다.
아침부터
예보대로 쏟아붓는다.
언니의 환갑 생일 기념으로
조카가 준비한
한정식 식사를 하러
연희동으로.
북촌의 가옥보다는
연식이 덜하지만
반세기쯤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
주택가를 지나자니
어릴 적이 뭉클하게..
이런 주택들도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뭔 일좀 치를려면
비 내리는 엄마 때처럼
게릴라성 폭우는
운전도 겁나게 할 지경.
소위
나의 친정이라는 생존 멤버래야
언니네 셋, 우리 넷.
다 합쳐
럭키 세븐의 점심 식사.
물정 모르던 조카가
머리좀 컸다고
자식 노릇하는 하루에
퍼붓는 비가 야속하다.
내 지식들에게 말했다.
"잘 보렴, 엄마의 환갑 생일을 어찌할지.ㅋ"
늦잠 자느라
아침도 굶고 달려간 점심식사.
간장게장에 공기밥 두그릇 해치웠다.ㅜ
어금니 부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리고
몰려간 근처 커피점.
벽마다
넘치는 글귀들에 활자홀릭 발동.
"Coffee should be black as hell, strong as death
and as sweet as love."
- Turkish Proverb'
(나의 번역 : 커피는 지옥마냥 검고 죽음처럼 강렬하며
사랑만큼 달콤(황홀)하다.) -터어키 속담-
"Coffee smlls like freshly ground heaven."
- John Lane Adams-
(나의 번역 : 커피는 갓 닿은 천국의 내음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 'With Coffee'를.
커피, 넘 attractive해요.ㅋ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취하고
유자 티라미스에
포옥 빠져버린 하루를 안고
물안개 듬뿍 오른
희뿌연 강변북로를 따라 귀가.
장마는
(역대 최장의 54일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뜨겁게 안녕!' 이라 했으니
견뎌냄에 한숨 돌리고..
장마와 이별 뒤의 일요일 아침.
벌건 폭염의 기세도
늦잠 중인지
열어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여름의 기세가
이별식을
얼마나 요란하게 할런지..
가까이 있다보면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미운 정, 고운 정의 환상과
실체의 정착을
말하는 범부들의 스토리..
K. Heigl 주연의 영화를 아침 저녁으로 본 날.
일명, 집콕 활동.
대체휴일인 월요일.
문 밖도
안 나가려는 무의식 발동.
발치가 필요한 어금니가 아프다.
주말,
대책 없이
너무 열심히 먹더라니..ㅜ
알바를 다녀온 마딸이
더워 죽는다고 헐떡.
독서실 관두고
다시
집에서 공부하겠다는
또딸땜에 집의 독서실화.
그리고
밖과 운동이 필요한 나.
화요일
예약대로 치과.
왼쪽 치아파절 공사 마무리하고
임시로 금니 씌우고
한달 후에 보신단다.
그 옆니 레진.
베테랑답게
감쪽같은 마무리가 맘에 든다.
잇몸치료후
반대편 어금니 발치.
피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이
고름주머니라며 보여주신다.
석달 뒤,
임플란트를 위해 씌웠던 금은
도려내고 치아를 맡기란다.
치아골절 이식을 위해서란다.
마취가 풀렸을까.
경동시장 타령하는 Hus와 나선 길.
무더위에 엉킨 땀과
마취가 풀린 뒤의 진통으로 식은 땀.
얼른
진통제 두 알을 먹고는
푸짐하게
사들고 귀갓길에 올랐다.
진통제와
차 안의 냉방 덕에 살만한데
막히는 길 뚫고 집에 오니
여덟시를 넘긴 시각.
모두
더위에 아우성이다.
8월의 마지막 주
광장을 가득 메운
그들만의 집회는
코로나의 확산을 부르고
서울과 수도권이 또 야단법석이다.
3월의 어느 때로
회귀의 주춤거림.
그런데
잘못한 이가 없다.
모두
네탓 공방이다.
자율의 엄중함을
너무도 모르는
그 기름진 신념.
세계가 바라보는
이런 한국을 조명하자면..
그 와중에
또
역대급의 기록을 갈아치울 태풍
'바비'가 온단다.
참으로 가지가지 한다.
기록 갱신의 달. ㅜ
수도권은
오늘밤부터
새벽 강타를 예고.
그러나 지금은
아침부터
무더위의 기승뿐인 폭풍전야.
천만다행으로
수도권에 진입하면서 세력이 약화됐단다.
밤새 안녕.
저염분수는
중국 양쯔강에서 흘러나온
대량의 담수와 합쳐져
염분농도가
바닷물의 온도를 (고수온은 폭염으로)
28도 이상 만든단다.
고수온·저염분수가
해안으로 유입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제주도는 비상.
태풍전
바닷물의 수온이 29.1∼30.5였단다.
그런데
태풍 '바비'가
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단다.
바비가
우리나라 쪽으로 빠르게
북상하는 과정에서
바닷물을 휘저어
고수온·저염분수를
사라지게 한 것으로 보인단다.
인간사 새옹지마.
같은 학교인데
담당부서 이동으로
신체 검사서를
다시 제출해달란다.
토욜 아침 댓바람에 병원행.
검사서 들고 병원을 나서자
실비가 내리는데 곱다.
집을 나설 때
뭔가 허전한 이유가
그제사..
잠시
병원 입구에 서있자니
비가 멎는다.
종종걸음으로
얼른 걸어 귀가.
더워서
냉방중인 상가 안으로 지나치다
꼬드김에
옷을 세벌이나 충동구매.
(사실, 블라우스는 하나 사려고는 했다.)
집으로 들어서자
제대로 소나기가 퍼부어댄다.
비를 잘 피한 8월의 끝주말.
서울시는
일상을 포기하는
각오로 보내는 주간의
'천만시민 멈춤 주간'을 정했단다.
역대급을
잘 어울리게 했던 8월.
나의 우울도
역대급으로 밀고와
우울의 극상위 단계인
절망의 부초가 되버렸다.
이쯤이면
우울에도 싫증을 내서
멀리 내빼야하는 게 맞는데..
젠장.
2020. 8월의 이별곡은
♪) 'You Shot Me Down...' 의
가사가 딱 어울리는
F. Sinatra의 ♬) 'Bang Bang'으로 해야겠다.
안녕! Augus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