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김 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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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감동적인 시다.
깊이의 절절함이 묻어나는...
읽고 읽고 또 읽어봐도 좋다.
곧 외워버리게 될 것 같다.★
6월이다.
올해도 절반을 지나온 셈이다.
세월의 광속을 말하는 것도
이젠 너무 진부하다.
나에게 있어 열정의 5월은
한여름이었지만..
보편적 여름을 알리기에도
이른 6월 초,
홀랑 물로 뛰어들기는
좀 시리지 않을까 싶지만
바다가 그립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스쳤다.
김민기의 ♬)'친구'를 들으면서...
동동주로 목을 축이던
습한 기운 듬뿍 담은
어느 때의 한여름,
비 내리는
백마의 '화사랑'에 대한 추억도 스멀거린다.
그래,
검푸른 바다여도 좋고
해가
바삭바삭한 하늘에
반짝이는 바다여도 좋다.
직접
달려들지 않아도
기억 속의 바다들을
다 끄잡아 내도 좋을 듯 하다.
검푸르기 보다는
비가 내려 흑백 사진처럼
흑회색 일색이던
지난 1월,
오륙도에서 시작한 이기대 둘레길..
찐한 회색의 바다를 따라
광안리까지
인적도 드물어
진정한 여행길이 되었던..
휴대폰에 저장된 노래
♬) 양희은의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을
가족들에게 들려준 기억..
다음날,
태종대의 거친 바람과
투명한 하늘을 마주하면서는..
예전에 친구와 워크맨으로
이 노래 들으면서
창창했던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했던
그 어느 꽃 같았던 젊은 날의
바다도 떠올린..
바다는
그렇게 그렇게 세상을 향해
천지분간 못하고
무서움도 두려움도 모르던
가벼운 나비 같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마구 흔들어대서
나의 사랑이었는 지도 모른다.
비와 바다..
입 천장 허물이 헐렁대다
벗겨질 만큼
뜨거운 차 한모금..
올해는
끈적해서 싫었던 여름도
왕창
사랑하게 될 것 같다.ㅋ
나이 들어가면서 변하는 게 많다.
그러나
변덕스럽다 하기는 좀 가볍다.
Why?
삶의 무게감이 주는
다양성을 배우는 중이라 그렇다.
Sapio Sexual !!
지적인 이성(異性)을 보고
매력을 느낀다는..
이제야 찾았다!
나의 이성(異性)에 대한 정체성 말이다.
그닥 연애에 흥미롭지 못했던 것이
이거였다.
얼마 전,
엑셀에 감탄하며
혼잣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 엑셀처럼 영리하고 똑똑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대로 빠져들 것 같아...'
마딸이 픽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런 남자가 엄마를 좋아하기라도 할까?"
기지배..ㅋ
그런 남자가 나를 좋아하고
안하고 따위는
상관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내가 좋아서
황홀지경에 빠지는데
상대의 마음까지
어찌하고 싶진 않으니까..
근데
불행(?)하게도
꽃 같은 젊은 날,
그런 지력에 홀릴 만한 이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연애불발의 이유였다는 걸
이제사 인지한다.ㅠ
뭐, 잠깐
혹한 적은 있었었다.
근데
길지 않아
착각이었다는 자각으로
맹숭맹숭 돌아오게 해버렸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성(異性)은,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본질을 꿰뚫는 토론을
주도할 줄 아는 이여야 했다.
한 줄의 글귀를 인용해도,
그것이
자기 것처럼 어색함이 없는
그런..
아아...
영화 'Before Sunset'
시리즈가 꼬리를 물게 한다. ㅋ
근데,
지금의 현실..ㅋ
이와는
거리가 먼(?) 남자와
20년 넘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뭐 좀 지지고 볶긴 하지만..ㅋ)
잘 살고(?) 있다는 모순(?)에 봉착해 있다.ㅋ
현실과 이상의
일치할 수 없는 매칭.ㅋ
사는 일에
잰 척하는 것은,
정말이지
최악의 자기 모순이라는
순리를 배우면서.ㅋ
뭐 변명스럽게 말하자면,
제 꾀에 제가 빠진 꼴인 거구우...ㅋ
느닷없이
일이 하나 더 생기면서
6월에
등 떠밀려 끄트머리까지 왔다.
새벽에
자는 일을 또 반복해야 했고,
밥 먹는 일도 잊어버려
어떤 날은 하루에
한끼를 먹었는 지도
잊어버리면서 말이다.
가끔
'쪼르륵'
소리를 듣기는 하는데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목이 말라
하도 물을 마셔대서
물배를 채우고 있어서다.
덕분에
홀쭉해졌다. (신남 ㅋ)
시간에 쫓겨 날라다니는 일...
거의 30년 만이다.
그땐
온통
절망으로 도배하고 살던 때라
과로까지 부른
그 피곤함이
오히려 위로(?)였었다.
지금?
이 수고비를 모두 모아
내년엔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
20년만의
'재사회화'를 만끽하는기분은
힘이 들기도 하지만
신선하다.
요즘은
세상 돌아가는 일보다
내가 돌아가는 일에 치여
휘청대는 지라
세상이
어떤 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렇지만
문득 내 나이를 절감할 때는..
좀 서글프다.
대책 없이 나이라는 것을
배불리
먹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다.
떠나가는 6월,
잡을 능력 없이
그저..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