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드라이브
황동규
코로나바이러스 땜에
내내 집콕
읽은 신문 다시 읽고
무작위로
오디오를 틀어놓고 뒹글다가
오늘 오후,
반가운 후배 하나가
일부러 차를 끌고 와
두물머리로 드라이브 나갔다.
맑은 초봄 날씨,
차에서 내려
물새들이 나다니는
물가를 거닐었다.
나무 전망대에
마스크 쓴 느낌표처럼
꼿꼿이 서서
봄빛에 천천히 안기는
강물을 보았다.
내가 차를 몰았다면
앞이 탁 트이고
녹차 좋은
수종사쯤 올라갔겠지만
오늘은
두물머리만으로 족하다.
종이 판지에
'찻집'이라 적은
조그만 카페에 들렀다.
아직
약간 추운 뜨락 탁자에
마스크 벗어놓고
둘이 마주 앉아
따끈한 생강차 마시며
전화로 하면
고딕체가 될 말들을
한 시간 동안
편하게
평서체로 주고받았다.
1분쯤
말을 끊었다 잇기도 했다.
때가 어느 땐데
이런 자리 마련해준
사람과 날씨
고맙다.
어디서 흘러오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게 된 나날 가운데
이 하루
무지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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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세계사 편력'
세상에나..
7세기에
전염병의 대유행이 있었고
14세기,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흑사병의 전염병으로
어마한 인구의 죽음.
지금은 21세기!
주기의 규칙성에 잠시 오싹.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의 세대.
늘상
서열을 정하여
복종을 강요하는 일이
마치
우리가 잘 고수해 온
제도의 덕목 중에 최고인 양 왕왕..
'억울하면 출세하던가?!'
로 거들먹.
알게 모르게
차별과 서열화 세상에
익숙하도록 교육 받은,
잘못 배운 사회생활을
예단하거나 기정사실화하여
어디나
몇몇의 그릇되게 튀는 행동들.
해대는 쪽이나
당하는 쪽(또한 열불수지 극대화)이나
볼상 사납기는 매한가지지만
당하는 쪽은 상대적이라
개선이 빠를 수 있는 면에선 긍정적이나
해대는 쪽은
불이익의 처벌이 없는 한 불통이다.
이런 불통들의 소위 갑질은
자존감지수에
함부로
총질을 해대는 격으로
난감, 민망, 스크래치를 부르는 일을
일상화 하는 것 같아
자조의 씁쓸함을 자주 맛봐야 했다.
반면
쑥쑥 자라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이들은
우리 세대보다 잘 배웠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교육의 힘!
그런 교육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한달 간의
꿀(?)알바에 대한 회고.
3월,
시작부터
너무나 바쁘게 돌아간다.
오랜만에 학교
반가운, 낯 익은 여전한 얼굴들.
1st 주말
채혈이 필요해서 금식.
피곤이 겹친데다 등등..
병원을 나서자
생크림이 무지하게 당겼다.
스콘도 먹고 싶고..ㅋ
엎어지면 코 닿을 집 앞,
그것도 못참고
길에서
마스크 올렸다 내렸다 하며
빵 봉지 뜯어 냠냠.
의사선생님의
'체중 줄이기' 당부는 귀딱지이건만..
그런 채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나보다 연배가 더 되보이는..
통화중..
미사를 다녀오는 길이란다.
'길가의 연두색 수양버들은
일주일이 다르게 선명하고
하늘도 어찌나 파랗던지..'
타려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고운 사진 보내주겠다고..
내게도 보여주며
봄기운 풍기는 콧바람에
신이 나는 모양이시다.
저녁에는
시부님 제사 준비하셔야 한단다.
저승 계신 어르신
며늘의 봄볕 기운 듬뿍 받아가시길..
내게도
이 코로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두물머리 드라이브가 필요했는데
두물머리 안 가고도
코로나의 우울을
잠시
떼낼 수 있었다.
그것도
모르는 이와 작은 공간에서..
그래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해방감을 나도 기대한다.
그런 기분도 안고
집에 들어섰지만
몸은 K.O
죙일을 헤롱헤롱..
1st 일요일 아침
아차차 ㅋ
지난 주
연남동 까페에서
구입한 로또 확인 ㅋ
또
꽝이다.
로또는 되면 좋고
안 되도
이웃돕기 성금이라 좋고..
해롱대다 살아난
상쾌한 아침은 미소 지음이다.
난
이제
머리가 약해진 모양이다.
장시간 집중하여
머리 쓰는 일을 하고 나면
이리 뻗어대니..
연식이 닳아빠져 그런 걸까 ㅜ
한창 때는
머리 쓰고나면
에너지와 의욕이 넘쳐
좋았는데 말이다.
내친 김에
두꺼운 겨울 외투, 아우터
몽땅 세탁해버렸다.
꽃샘추위여도 봄은 봄이니까.
얼마 전
마딸이 야심차게 만들어준
티라미스와 아이스박스.
이번
결혼 기념일에는,
기념일의 타성인가 ㅋ
기념일이
뭘 먹자고 하는 것 같다.
여튼
기념케잌으로 만들어 먹자고..
생크림 휘핑하느라
사다 먹는 게 나을 뻔 했다고
후회하면서
듬뿍 만들어 냉장고에..
근데
생크림 젓다가
냄새와 기름덩어리에 질렸나보다.
별로 안 댕긴다. ㅜ
지나침의 결과물,
과유불급을 부르다.
2nd 주말
댓바람에 학교에 갔다.
(내 교실 청소지만)
대청소 협력 차원이다.
학교..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
그리고
세상에 나가서도
지식을 명품처럼 치장만 하지 말고
사회의 조력자로 키우자는
배려의 가르침이 담긴 곳.
가르침과 배움의 공존 공간.
친구가 묻는다.
다시 시작하는 가르침.
그저 힘든 일이기만 한가?
그럴 리가!
어느 쪽으로 조명하는 가에 따라
희노애락이 있다고.
가르침의 개인적 큰힘은
보람이고.
여타의 가르침은
인류의 존속에
꾸준히 기여할 거라는 것.
배움은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상식을 가르치고
그 상식은
인류의 진화를 부른다는 것,
나아가
그 진화는
제도마냥
전부를 충족시킬 수는 없으나
대략적으로 살기 좋음이니까.
나의 일조 포함.ㅋ
청소 마치고
학교 앞 국수 집에서
바지락 칼국수 냠냠.
그 맛남의 기쁨 ㅋ
귀가 뒤는
수순인 한낮의 오수.
출석부 완성과
이번엔 방역대장까지..
주말이 그로기의 끝판.
그런데
묘하게
초심처럼 기분이 좋았다.
금요일 오후
한 주의 수업 마침.
아이들의 얼굴은
학교의 감사함을
다 알아버린 듯 밝고 환해서
나도
덩달아 숨이 찰 정도로..
작년
기초학력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한 걱정을 해대던.교육의 양극화!
안되는 아이들은
더욱
안되고 있어서..
사회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으면
안되는 쪽에
더욱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사회 주도적 역할에
양손 번쩍 들기.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게 돌아가는 것은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불변의 역사로
집콕 동안
무기력하다 못해
뒤쳐지는 무엇들을 찾아
보완하려는 노력들이
다수였다는 사실이 만든..
전체적으로
아이들의 실력은 개선의 수준을 넘었다.
학교 생활하면서
엄마들의
미래 준비를 위한 욕심에
떠밀린 아이들이
하나씩
급한 불 끄듯
차곡차곡
학과목부터 준비한 결과.
전세계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겪지 않아도 될 팬데믹의 영향력은
인류의 진보까지
막을 수 없음을 확인시켰다.
Kevin을 연상케 했던 그 아이가
다시 내교실로 왔다.
아이들은
절대!
단정할 수 없다는 확신의 결과다.
정말
의사가 되려나보다.
아이는
나의 지시대로
얌전히
문제를 다 풀어놓고 갔다.
그동안
어머니의 노고는
얼마나 닳아빠졌을까.
어머니와 몇개의
주고 받은 문자의 입증.
'너의 좋은 머리,
더는
게으르게 방치하지 말고
꼭!
인류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렴.'
한편
나의 안내를
잘 따라주신 부모님들.
하여
더는 나의 교실을
메우지 않는 고학년 아이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고학년이 된 아이들의 동생들이 메우고..
무한신뢰로 시작하는 수업에 뭉클.
더할 수 없는 열의를 보태게 했다.
감사와 보람 한가득.
수업을 마치고 귀갓길,
편의점에서
다섯개 만원 하는 캔맥주가 눈에 화악..
지친 체력에 달랑 한캔.
화근이었다.
새벽
복통에 끙끙..
비 내리는 토요일까지
우울하게 보내고 체력 회복.
3rd 일요일.
일주일 장만 알차게 Hus와 장보기.
But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단체톡의 알림..
학교에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휴업 알림.
Temporarily Suspend Classes
For 2 Weeks By COVID-19.
다시
시작한 열정이
일주일 새
너무 빠른 쉬어가기를 부르지만
체력단련의 조정을 받는 거라
개인적 위로를 하고.
덕분에(?)
바삭한 포카칩과
STELLA ARTOIS 홀짝.
거실을 질러
주방까지 쬐여오는
봄기운 담은 햇살 좋고..
일 년동안
열심히
키워 살려냈건만
키는 쑥쑥 자라는데
꽃 피우지 못하는 네펜데스
안타깝게 바라보다
연식 제대로 품은
다시
읽고 읽는
누런 세계사 책이
가져다 주는 여유 만끽중.
4th 주말
비가 내린다.
엇저녁
따뜻한 한강 나들이가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아침부터 열심 전화수다.
잘살고 있는 일,
본인은 잘 몰라도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는 사실이
휘이익 지나간다.
아고오,
허기지다.ㅜ
일요일.
울 또딸 생일.
생일 기념은
이미
금요일 저녁에 다했는데..
여튼
정성 다해
미역국 끓이고
방금
뜸도 푸욱 들인 밥에
몇가지 반찬들.
일요일 아점,
온가족이 축하 노래..
'생일 축하해.
또딸, 멋진 또딸!'
만 18세로
민증도 발급 받았고
다음달 선거도 참여할 수 있고
다들
늦늦둥이 언제 키우나 했는데
감개무량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다 살았다.
이제
여생은 손주 돌볼 체력단련을 위해..ㅋ
영화,
크레이머 Vs 크레이머.
내가 고등학교 때인가..(?)
단체관람으로 본 영화다.
EBS에서 하길래,
다시 보기.
그 당시
우리의 어머니에게
행복추구권이라는 것이 가당키나 했을까..
가족의 평화를 위해
어머니의 희생이 미덕이던 우리의 문화에
과연
어필했을까 말이다.
저녁 식사후
마딸과 나간 산책로.
흐드러지는 벚꽃과
사람들의
나름
즐거운 한때들..
내년 봄은
그 전
우리가 누렸던
안정적 일상이길 바라며!
BYE! MAR,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