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길 잃은 날의 지혜

쨍쨍하늘 2015. 1. 20. 17:31

 

길 잃은 날의 지혜

                                                  박노해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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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에

내가 뽑은 시!

새해니까

뭔가 희망이 담긴 메시지를

새길 필요가 있어서다.

 

 '미생'

작년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대사 하나

안 놓치려고 몰입해서 봤다.

놓친 부분을

재방송으로 보기도 했지만

이미

몰입했던 부분은

몰입의 여운이 너무 강해서인지

처음 볼때의

여운이 다 소진되서인지

허무하기까지 했다.

등장 인물 또한

원작에 가까운

New Face들의 설정으로

신선함을 더했고

뭣보다

남녀의 love line이  

배제되어 있다는 신선한 충격.

사는 일이

얽히고 설킨 사랑 얘기들로

도배되는 세상에서

엑기스를 빼 버려도

사람 사는 일이

충분히 고무적이고

가슴 뛸 수 있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준

놀라운 한편의 드라마였다.

그래.

내가 젊은 날을

이렇게

사랑 빼고

치열하게 살았었다아

너무 리얼했다.

우리사회에서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이

조그만 공간에

거의 모여 있다는 사실.

      "시련은 셀프다"

      " 장그래씨와 나의 시간이

같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대사다.

이건

여러번 들어도

나인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ㅠ

OST들도

다 맘에 들었는데 

이승열

♬)'날아'의 가사가 넘 시리다.

극중 인물로는

강대리가 이상형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성(理性)을 갖춘 

그러나

살짝 엿보이는 인간미가

아주 자극적이어서다.ㅋ

 tvN에게도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미

알려진 톱 배우들의

주연 캐스팅 대신

묵은지처럼

우러나 있지만

때를 만나지 못한

연기자들을 등장시켜

드라마에 활력을 담고

오랜 시간

무명으로도 가고자 하는 길을

놓지 않았던 이들에게

서광을 가져다 준 점 말이다.

또한 

(요즘처럼)

청년 실업이 고민되는 사회에서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의 힘듦,

그 긴 시간을

소신을 갖고 매달린,

쉽지 않은 현실에게도

희망과 도전이라는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TV 프로그램

 jtbc의 '썰전' 의 시사편.

지난 여름방학 때

우연히 보게됐는데

너무 재미나서

방학 내내

틈틈히

지난 방송들의

팔십 몇회를 다 챙겨봤고

요즘은

본방사수 중이다.ㅋ

진행자들의

삼인도 나름 탁월하다.

보편적으로 지지할만한,

차분하게

사태를 분석하려는

그래서

거부감 없는 인물.

다양한 지식을 갖추려는

노력과 자세는 훌륭하나

보석이 되기에는

지혜라는 다듦의 시간 

필요한 원석 같은 인물.

그리고

통념적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중재와 진행을

제법

매끄럽게 끌어가는

인물의 삼합

절묘하게 박자가 맞아서

그들이 다루는 이슈를

흥미롭게 보게 된다.

거기서

이철희 소장 해준 말,

'보수꼴통과 진보깡통'

우리 사회 흐름이

매우 즉흥적이고 가벼우며

극단적이라는 우려감이 들었는데

이런 극단적 무리들의 행태들이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새해를 맞는 자세에서

나 또한

이 요란하고 소란스러움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남편,

(강대리하고는 거리감이 꽤 있는 ㅋ)

남편은 공무원이어서

2년에 한번씩

근무지를 옮겨가야 한다.

이번에 발령 받은 곳은

처음 나와 만났을 때를

우연인지 필연인지

여러모로 엮이게 해서

마음 한구석이 솨아아..

우린 2년 전,

내가 결혼하기 직전

살던 근처로 이사를 왔고 

그 때 

남편의 근무지였던 곳으로

발령이 났다.

남편은

이곳에서 2년을 근무하고

(1년을 더 지나면 )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우리의 결혼 2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남편도 나와 같은 기분일까?

낮에 전화를 걸어와

발령지를 알려 주었을 때..

우리 목소리는

서로 잠시 드문드문 끊어졌었다.

"아니이,

전의 근무지로 다시 갈 수 없잖아?"

"그전의 가 통합됐어."

"알아. 그래도

관할 구역이 같으면 근무지가 같은 거 아냐?"

"같다아~? 그래도

관할 폭이 훨씬 넓어진 다른 점이 있지이."

"여튼 감회가 새롭네.

다시 그리로 가다니.. "

"그러게.."

우리의 처음으로 돌아와

근무지를 마감해야 하는 일로..

먹먹해 온다.

원래

흰머리가 많던 사람이라

잦은 염색으로

탈색된 갈색 머리들.

문득 젖은 머리에

드라이기를 갖다대며

손을 뒤적거리니 

머리속이 허전하니

머리카락들도 휑하다.

두 녀석

다 한해 먼저 학교를 보냈어도

또딸은

이제사 중학생이 되는데

늦은 결혼의 예고된 씁쓸함.

우리의 나이듦 만큼.

머리를 말려주면서 말했다.

"거 말야,

공무원법 빨리 개정되서

65세까지 다니게 됐으면 좋겠어 ㅋ"

      "뭐어~? 끔찍하다.

할아버지가 되서 퇴직하는 거.

으으.. 싫다 싫어."

"아이들 한창 때, 퇴직하고

 개업하는 일보단 낫지 않을까?"

"......"

출근길,

현관 앞에 서서 말했다.

"있잖아, 잦은 포옹과 입맞춤은 

아이들에게는 성장의,

남편에게는 연봉을 높여주는

에스트로겐인가 뭐시긴가 하는 호르몬이

퐁퐁 나와 긍정 지수를 높인다든데 

오늘 아침,

우리 찐하게 입맞춤 어때?"

또딸이 끼어든다.

"엄마아. 아빠, 긍정이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 높아져...ㅋ"

늘 그렇듯,

두 딸들을

으스러지게(?) 부비며

끌어안고 쪽쪽거리더니

"들었지이? ㅋ"

하면서 날 바라보는 시선에

'쪽' 하는 흉내 담아주며 웃는다.

"그려요, 잘 다녀오셔.."

 

 참 세상 좁다.

허튼 짓도 조심하고

살아야 할 노릇임을

새삼 다짐하면서 ㅋ

새 근무지로

첫 출근한 남편 

그리고

퇴근 길에 걸려온 전화.

"응, 들어간다구.."

"응."

"나 ●●● 엄마 만났어."

"무슨 소리야?"

●●● 엄마라면 난데

어디서

●●● 엄마를 만난다는 건지 원.

울 마딸네 학교에

같은 반은 한 적 없지만

마딸 이름과 같은 학생이 있다.

1학년 때,

한 친구가

"어이, 둘이 이름은 같으니

통성명 빼고 인사나 하지? ㅋ"

해서 서로 머슥하게

인사한 적도 있었고

이름 때문에

몇 번 웃을 일도 있었던

그 친구의 엄마를 만난 것이다.

그것도 같은 과의 직속 부하직원으로 ㅋ

주차장으로 걸어나오면서,

"동네가 어디냐?"

"우리 아이는 고3이 된다."

"학교가 어디냐?"

까지 교집합 서로 웃으며

아이 이름을 묻다

그 부하 직원이 화들짝 놀라더란다.

"정말요?

우리 아이도 ●●●이거든요!!"

남편은

이름이 같은 아이가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고

진정(?)시켰단다.

참나, 1학년 때는

널리고 흔해빠진 사거리 학원들 중에

다니던 수학 학원도 같았었다. ㅋ

'세상에 이런 일이!'

이 때를 두고 하는 말 아닐런지.

같은 학교

고3 학부모들이

서로 같은 과에서 일하려면

애들만큼 예민할려나?

왠지 이번에는 

둘이 같은 반만은

안되길 빌어야 할 것 같다.ㅋ

 

 아, 올 일년이 

빨리 지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갑자기

책상을 치고 일어나

'으그, 지겨워.

정말 하기 싫다!'

하다가

다시 책상에 앉거나

졸리다고

일어서서 공부하다,

답답해서 안되겠다며 

꼭대기층까지

전력질주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서는

땀과 범벅으로 벌개진 얼굴로

들어와서

샤워 한번 하고는 

다시

책상에 앉는 

마딸의 모습을 보면

안스럽다고 해야할지..

거의의 시간을

꼬박 받쳐도 좋은 

희망적 청춘의 열정을

부럽다고 해야할지..

여튼

나는 올해가 지나면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다.

마딸이 저도 데려가 달란다.

      결과만 좋으면이야

어딘들 

못 데려갈려구우 ㅋ

내년에는,

죽기전에 

봐야한다는

핀란드 극지방의 오로라

온가족이

감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