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날 부르려거든

쨍쨍하늘 2014. 11. 21. 15:22

 

날 부르려거든

                                             

 

                                                         김종환

 

 날 부르려거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지 말고

'참소주'를 한 잔 사겠소"라고 말해주오

좋은 술집, 비싼 술집이 아니라도 좋소

시장 안, 꼭 시장 안이 아니라도 좋소

돼지국밥집이나 순대국밥집이면 더욱 좋소.

 

술을 사겠다니 부담이 없어 좋지만

주머니엔 술값을 넣어 가지고 나가겠소

마시다 보면 술값은 내가 낼 수도 있고

아니면 2차를 내가 내더라도

그게 술 마시는 기분 아니겠소.

 

한 잔이라고 했지만

한 병씩은 마십시다 그려, 그리고

기분이 동하면 한 병 더 시킵시다.

 

혹시

술값은 내가 내어도 나무라지는 마오

술 사려다 대접 받으니 그대가 좋을 것이고

대접 받으려다가 내가 대접을 했으니

내 기분도 좋을 것이라오.

 

날 부르려거든

그냥

"참소주'를 한 잔 사겠소"라고만 하소

어제 과음했어도 나가리라

내일 과음할 일이 있어도

오늘 저녁엔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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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통으로 빗겨가는 길,

어느 국밥집을 들여다 볼수 있는

유리벽에 길게 쓰여있던..

그 동네 정서로는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진정한 애주가일런지도 모를

주인장의 운치를 떠울리며

내 갤러리로

이 시를 옮겨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