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마음의 수수밭

쨍쨍하늘 2014. 5. 3. 00:27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