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바다
인간과 바다 (L'Homme et la Mer)
샤를 보들레르
자유인이여,
너는
바다를
늘
소중히 여길 것이다!
바다는 너의 거울이고
너는
네 영혼을
한없이
펼쳐지는 물결 속에서 응시하는데
네 정신 또한
못지않게
쓰라린 나락이구나
너는
네 형상 가운데로 빠져들기 좋아하고
네 눈과 팔로
그 형상을 감싸안는데
네 마음은
길들일 수 없는 야생적인 불평 소리 때문에
정작
자신의 웅성거림은
가끔씩
도외시하는구나
너희는
둘 다 어둡고 눈에 띄지 않아서
인간은
아무도
네 심연의 바닥을 측량하지 못했고
오 바다여
아무도
너의 속마음을 모르나니
그 정도로
너희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려 드는구나!
그토록
셀 수 없이 숱한 세월 동안
너희들은
연민도 회한도 없이
서로 싸웠으니
그 정도로
너희는
살육과 죽음을 좋아하는구나
오,
영원한 싸움들이여
오,
인정사정없는 형제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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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를 만났다.
돌아와서 너무도 졸려 잠자리에 누웠는데
눈물이 핑..
Who는 서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 사람들은 이런 삶을 경험하지 않았을 거라며)
안 만나고 지낸다고..
Reason Why?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어
그런 노닥거림이 내키지 않아서란다.
그리곤
나름의 주어진 삶을 즐기고 있었다.
(일체감 드는 일면은 있었으나..)
자신감이 넘쳐 당당함까지 보이는 Who.
내 눈엔 슬퍼 보였다.
'사람이 무너진다는 것이 이런 거였어.'
12만년도 훨씬 지난 세월만에 찾아온
여름더위(란다) 무르고 쌀쌀..
바닥은 은행잎 천지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기도 하고
노오란 거리를 휴대폰에 찰칵찰칵..
거리의 청소부원님들 어느 때보다 분주하지만
오히려
그분들이 태만하기를 바라는 정서적 계절감에
피식.
지난달
환갑기념이라고 그리도 마다했지만
생일 기념에 등장한 60송이 꽃바구니가
쭈글쭈글한 채로 현타를 부른다.
이슬이라도 흘릴 듯 싱싱한 때는
각 색깔들의 선명함이 또렷하여
부조화가 웃겨서 낄낄..
그러나
각각의 시들고 바랜 모습에는
서로들 튀지 않는 것이 초연함을 알아버린 것일까.
다들 고만고만한 조화를 부른다.
신기하다.
곧
꽃잎 떨구도록 바삭해지겠지.
한 줌의 무엇처럼.
몇 주째 한의원
이번주 물리치료 하는 조무사가 서툴다.
부황 기기가 살점에서 턱턱 떨어지고
치료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다음 치료에도 그 조무사가..
왼쪽이 안 좋은데 오른쪽에만 부황 기기를 붙여놓고
돌아서려 하길래 왜냐고 물었다.
엎드린 등 뒤로 당황한 기운이 느껴졌다.
실수라며 왼쪽에도 부황기기를 잔뜩.
미국 가신 원장님 대신
임시 한의사가 침을 놓는데 아프다.
어혈침이라나..
침 빼러 온 조무사가 물었다
"발등은 안 맞으셨어요?"
"안 놔주던데요"
나만 안 틀리면 된다.
여튼
많이 좋아진 것만도 감사하니까.
요즘
나의 깜빡이를 생각하면서 아찔지경이 성불을 불렀다. ㅋ
3rd 금요일
Hus랑 텃밭행.
시댁 어른에게 드릴 배추, 파 뽑기.
돌아오는 길,
나의 외사촌에게도 나눠주고
같은 서울이지만 그 반대편으로 출발.
주말의 막힘.
의무방어의 대면.
하루가 저물었다.
밤공기가 매섭다.
또딸이 투덜.
면도한 지 금세 다리에 털이 무성하다고..
나도 그랬다.
스타킹 신으려면 그 틈새로 털이 삐져나왔다.
겨털은 거의 매일 제모,
머리를 말리면 지멋대로 뻗치기 고수였는데
어느 순간
그리도 바라던 차분 스트레이트가 됐다.
이젠
머리숱을 치지 않아도 되고
문득
'나는 연명의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세월의 순차 시기를 묻게 된다.
4th 금요일
바람이 매섭다.
진작 겨울이었어야 했는데
바짝 하루 춥다가 경패딩 지퍼 내리고 다닐 만큼
따뜻한 것이 붉은 가을단풍에 감동할 시기도 없이
11월의 끄트머리다.
내년
계약직 시간 변동이 있을 예정이란다.
전설의(ㅋ) 경력으로
다른 학교 겸직 고려를 권유.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에는 나이가..
여기서
지금처럼 몇 년만 더하다 은퇴하고 싶었는데..
Hus와 텃밭.
김장 배추걷이.
우리, 언니네, 시동생네
그리고
이번엔 하나 더!
Hus의 홀아비 친구까지..
Hus가 텃밭의 씌워논 천과 못핀을 정리하는 동안
손 빠른 나는 우리 몫으로 남겨논 배추, 파 뽑기.
효율적 분담.
바닥으로 나뒹구는 배추와 파 껍질 등등은
흙의 겨울양식이 되겠지.
추수의 끝판, 추수감사제 가을걷이.
텅 빈 그 황량함에는 쓸쓸함 대신
잠시 쉬어가는 희망의 기운이 보였다.
연식을 더할수록 경험치의 능력을 발휘하여
가르침 주는
그러나
흙의 오만함 대신 정직함에 뭉클.
여름내 갈 때마다
따 먹은 살구나무, 대추나무.
딱! 연시 같은 대봉시의 앙상한 감나무 두 그루,
열매 맺지 못한 감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내년을 기약하면 되지이..'
영겁의 시간을 갖고 있는데 길고 짧은 것이 문제일까?
다 정리하고 쓰레기까지 마무리된 땅,
들쑤셔진 바닥에서 흙먼지가 휘날린다.
내년 봄까지 단단하게 여물어 흙지킴이 되겠다는 휘날레.
흙의 안식기.
김장.
'김장은 꼭! 수능 같아.'
다 준비하고 숙지하고 잘 치를 수 있는 준비 완료인데
막상 닥치면 어딘가 빵구가 나는 것이..
이번엔
배추도 맛있고 양념도 맛있고..
국물 없이 찐한 전라도 김장김치 만들려고
절임까지 숙지했는데..
절임에서 망했다.
맛나다는 황금배추와 잘 된 양념으로
뻣뻣한 배추를 숨죽이며 마무리.
내년에도
김장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완성에 접근하겠지만..
나의 성인기는
늘
아이들이었던 것 같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었고 떼돈도 벌어보고 ㅋ
가르침을 줄 때마다 전설의 족적을 남긴 명성을 싣고
결혼 후 내 아이들도 가르쳤다.
가르치면서 보고 배운 것들의 엑기스를
다 쏟아부었으나
실패, 참패.
하여
다시 가르침의 현장으로 나와
본 자만이 인정하는 기록적 전설을 쓰고 ㅋ
운빨의 연식은 어디까지일까..
얼레레 ㅜ
저녁시간에 뻗어버리면서 Nov 갔어.
Dec 맞으면서
격하게 남은 기운소급하여!
Good B.Y.E. Nov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