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나날
쓸쓸한 나날
박재삼
나이 쉰을
몇 해 넘기니까
실수 많은 삶을 살더라도
아프게
충고하는 이가 없어
세상은
속속들이 외로워가고
설령
게을러
논밭을 잘못 갈더라도
하늘은
그저
멍청히
내려다보기만 하는
이 쓸쓸한 나날!
잘하는 일은
눈에 뜨이지 않고
어쩐지
허물만 드러나고
결국은
하염없이 세월이 흘러
이제
몇 번 휘영청
저 가을 하늘을 맞으면
끝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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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육십의 문턱 앞이지만
아이들은
일상이 실수인 나를
여전히 타박하고..
우리 노친네 부부와
친구들끼리만 이해 수수하며
웃픈 세월이다.
그러면서
"다 살았다."
하면 또딸이 난리다.
150은 살아야지
무슨 소리냔다.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아이마냥
한 걱정으로 투정을 한다.
"아주 악담을 해라."
딱히
오래 살고 싶은 미련은 없는데
자식들을 생각하니..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살만큼이라는 살만큼을
사는가 보다.
어제
볼일 보러 바깥..
쌀쌀한 날씨가 너무 좋아
오늘은 산책을 작정
근데
날이 꿀꿀한 것이
비가 올 것 같아
망설이다 산책로로 나섰다.
산책로는
단풍옷 갈아입느라 분주.
입동을 지난
낮기온이 21도.
기상관측 이래 역대급의
어쩌구저쩌구다.
단풍은 무럭무럭 변신,
색갈이가 절정인 것이
하늘색과도 조화롭다.
하여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이파리들의 향연을 관람중.
가을비가
제대로 내리는 월요일,
단풍이 깊기도 전에
거센 비에
색갈이 시작한 단풍들이
맥없이 털푸덕..
초록이던 산책로 바닥은
노란 은행 카페트 덕에
더욱 폭신.
을씨년스런 11월이
참 melancholy 하다.
더 추워지면
무가 얼어버린다고
무 뽑으러 가잔다.
Hus 대신(주중이라)
Hus 친구네 부부와
무, 상추, 양배추, 당근,
대파, 무타리, 시금치 ..
항금 봉투에 담아놓고
저절로 쏘옥
뽑히는 무에 달린
무청 베어내 분리하고..
배추는
속이 알차라고 묶어줬다.
김장준비 돌입 직전.
잔뜩 싣고 온 야채들
동갑내기 친척 주려고
나누어 차 트렁크에 남겨두고..
저녁내내
이 많은 야채들 분리하여
씻어 물 빼고
시금치와 무청은 데쳐
시금치는 무치고
무청은 물 빼고
아고지고, 허리가 휘청.
동갑내기 친척이
차 트렁크에 실어놓은
야채 받으러 왔는데
OMG
자동차 키가 방전.
발 동동..ㅜ
서비스 불러
수동으로 여는 법 배우고 ㅜ
스마트 키도 충전하고
아침 댓바람부터
바쁜 친척 혼쭐 뺐다.
오후
손질한 양배추, 토마토, 상추와
애기당근 찹찹
연시를 소스로 하고
귤까지 얹어 샐러드.
날로 먹어도 달달한
양배추와 당근.
기름진 내 땅에서
잘 자란 것들에 감사.
양대강국 견제에
나의 국가가 새우등 신세.ㅜ
그탓에
소시민의 애기새우등 삶은
겹겹이 찢겨나가는데
민생을 살피는 대신
그 속의 거대양당은
대권 쟁취하겠다고 겨루기.
정쟁도 아닌
듣기도 지긋한
서로의 억지 Negative.
real 오징어 게임.
'승자독식' 이다.
또
국민을 빙신이 취급하다
부자 걱정해주는
선량한 서민으로 둔갑시켜
우롱하고 앉았다.
젠장.
또딸의 불수능
시험장 가면서 말했다.
"난,
시험이 쉬워야 잘보는데
어려우면 어떡하지..ㅜ"
아이의 우려는 현실로..
불불수능이란다.
저녁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는
자기에게서 일년을
고작
하루의 큐에 휘둘려
등 돌려버린 세상을
예감한 얼굴이다.
갈수록
성적이 올라가면서
안정을 찾고있어서
우리 모두 기대가 컸다.
가채점 후
악몽을 꾸는 것 같은 순간을
눈 뜬채로 체험 ㅜ
시험 이후
눈을 뜨는 아침은
사방이 절망으로 도배질이다.
자아성찰,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머리와 뼈가 갈리는..
가슴이 먹먹하며 아리다.
막막대해를
한기 가득 채워 항해중이다.
11월!
너를 미워해..
예정된 김장.
동갑내기 친척한테
약속한 30포기 배추 나눠주기,
언니네와 김장하기..
아침 댓바람에
배추 뽑으러..
작년만큼 튼실하지 않다.
여튼저튼
심신이 노동하는 분주한 주말
아리게 저며들던
또딸을 향한 시름도
잊을 수 있어서 다행 ㅜ
몸이 고된 것이
정신 건강에는 최적이다.
가을볕에 냉기가 돈다.
겨울볕이라 해야하나?
거리는
원색의 낙엽들 천지로
완연한 가을인데?
시몬 대신
좋은지 어떤지도 모른 채
내가 밟는 낙엽소리 들으며
원두커피점으로..
Costarica tarrazu SHB 구입
이번 서비스는
A Cup Of Coffee By Columbia Supremo
♬) I Like Coffee..
훤한 아침이다.
희망을 날리고 받은,
처절함을 잊을 수 있는
꿀잠 자는 또딸.
푸욱 자렴.
(말 배울 때 옹알대던) 잠꾸기!
Hus가 말한다.
"아빠도 그 기분 잘 알지.."
나도 알아..ㅜ
아아,
그만 절망하고 싶다.
한해의 끄트머리에
냉기 견뎌내는 모기 목숨 같다.
오랜만에
학교에 나갔다.
아이들이 힐끔힐끔
찾아와 반갑다는 인사를 한다.
나 역시
본능적으로 반가움이 뿜뿜.
어느 때보다
적은 아이들 속이지만
나름 괜찮다.
아이들 속에 있을 때는
시름을 잊을 수 있어서 견딜만하다.
그니까..
간신히
목숨부지의 사는 일이다.
끝날 아침,
깜깜하다.
일곱시를 넘기니
겨우 밖이 보인다.
빗소리가 요란하다.
머리를 확 잘라버려야겠다.
머리카락을 이고있는
머리가 너무 무겁다.
11월,
너를 보내고 난 내일이
크게 달라질 것 없는
그저 그런 날일 걸 알지만..
이별은
미련없이 가볍게..
B.Y.E! NOV,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