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름의 할 일

쨍쨍하늘 2021. 7. 31. 07:30

 

     여름의 할 일

                            김경인

 

 

올여름 내내 꿈꾸는 일 

잎 넓은 나무엔

벗어놓은 허물들

매미 하나

매미 둘

매미 셋

님겨진 생각처럼 매달린

가볍고 투명하고

한껏 어두운 것

네가

다 빠져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생겨나는 마음과 같은

 

올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느린 속도로

열리는 울음 한 송이

둥글고 오목한 돌의 표정을

한 천사가

뒹굴다 발에 채고

이제

빛을 거두어

땅 아래로

하나 둘 걸어 들어가니

그늘은 둘이 울기 좋은 곳

고통을 축복하기에 좋은 곳

 

올여름은

분노를

두꺼운 옷처럼 껴입을 것

한 용접공이

일생을 바친 세 개의 불꽃

하나는

지상의 어둠을 모아

가동되는 제철소

담금질한 강철을

탕탕 잇대 만든 길에,

다음은

무거운

장식풍의 모자를 쓴 낱말들

무너지려는 몸통을

꼿꼿이 세운

날카로운 온기의 뼈대에,

또하나는

허공이라는

투명한 벽을 깨며

죽음을 향해 날아오르는

낡은 구두 한 켤레 속에,

 

그가 준 불꽃을

식은 돌의

심장에 옮겨 지피는 여름,

꿈이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그러니까

올여름은

꿈꾸기

퍽이나 좋은 계절

 

너무 일찍 날아간 새의

텅 빈 새장을 들여다보듯

우리는

여기에 남아

무릎에 묻은 피를 털며

안녕, 안녕

 

은쟁반에 놓인

무심한 버터 한 조각처럼

삶이여,

너는

녹아 부드럽게 사라져라

넓은 이파리들이

환해진 잠귀를 도로 연다

 

올여름엔 다시 깨지 않으리

 

 

*********************************************

 

 안녕, 7월?

다 먹은 원두커피.

집에 오는 길에

무심코 

눈에 띈 커피집에 들러

콜롬비아 슈프리모를 샀다.

원두를 주문 받아

내 앞에서

직접 갈아주는 동안

매장이 홀리는 커피향의 유혹.

황홀지경.

원두를 사면

커피 한잔을 서비스로 준단다.

포장으로 받아들고 와

저녁 무르고 마시는데

황홀지경이 두배.

황홀한 채

초저녁부터 꿀잠 삼매경.

아침에 일어나니

퉁퉁 불은 얼굴이

오늘은

죙일 금식을 요구한다.

불은 몸의 죗값을

회개하는 차원으루다

커피만 마시고

금식하며 하루를 보내볼까. ㅋ

 한 10년 쯤 썼을까..

제 역할을 다한 전기포트를 떠나보내고

새로 장만한 포트,

새포대에 새술 담듯

새포트에

처음으로 끓인 물을 담아

새로움의 황홀지경을 마시는

July 첫날 아침.

들국화의 ♬) '축복합니다'

들으며 한모금.

7월을 축복 받으며

자축의 잔을 들고

감사한 7월을 맞기 바래본다.

오후,

커피의 황홀지경은

열의를 보태는 수업으로 확장.

커피에 취해서,

만원의 행복을 누림.

 

 1st 금요일 

무지하게 더운 주말,

나의 쉬는 시간을 기다려

과학실 임시 실무사가

다른 교육청의 무기계약직이 되서

우리 학교를 떠난다고 인사를 왔다. 

짧은 시간의 인연.

진정한 축하의 허그.

누구든

잘되는 소식을 들으면

반갑고 좋은 일이다.

 

 1st 토요일 아침,

열어논 창으로

감사하게 꿀바람이 분다.

살다가

이런날 저런날을 만나는 것 같은..

어제의 무더위 탓에

오늘의 바람은 감동.

오후,

거리의 사람들은

무방비로

거칠게 맞는 바람이

폭풍전야의 예고임을 알아

덤덤하게

시원함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저녁,

여름비, 장대비가 

나의 도시를 압도한다.

 

 일요일 아침.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예비할미의 규칙적인 기상.

아침을 알리던

새들의

신나는 소리들은 어디?

둥지 아래서 숨죽인 건가.

축축한 휴일의

이른 아침이 적막강산인줄..

But

타이어에 눌려

이리저리 튕겨나가는

빗소리들의 아우성이..

오후는

실비, 보슬비가 

사선으로 거리를 축였다.

'All We Are Alive.'

 

 목요일 아침.

교원들의 백신예약 안내.

7,8월내에 1,2차 접종 완료.

살다 살다

별꼴이 반쪽인 세상 경험.

남부는

장마피해로 심한비이나

서울은

밤새 나그네비

♬) ' ..비가 개인 오후에는

마음이 상쾌해..'

노래 한소절이 문득이지만

남부를 생각하면 바로 Stop!

눈과 비.

눈은 올 때는 좋으나..

비는 (지나치지 않으면)

올 때도 좋고

그치고 난 후도 좋아

비가 좋은가 보다.

목요일 아침인데

금요일 오후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금요일 오후를 기점으로

2주간의 원격수업 알림.

많이 쉬게 됐다.

기다림이 너무 Hot 했나보다.

 

 2nd 주말 아침

텃밭 간다고 나선 

Hus가 도로 들어온다.

비가 너무 와서 안되겠다고..

글치만

방충망을 사수하려는 듯

성난비

힘을 얻지 못한 채 바로 약화.

방충망에 방울비

턱! 걸린 채

낮으로 갈 즈음은

증발의 자연현상에

묻힐 모양이었는데

어디선가

한바탕

습격비가 지원군처럼 달려들더니

마침내

방충망을 뚫었다.

베란다 창틈에 가득 고인비.

저마다의 여름옷을 걸치려는

야단비로 법석인 여름은

비의 요란몰이 중이다.

 

 2nd 월요일 아침.

장마비는

남부에서만 요란떨다

서울로는

안 올 참인가보다.

비대신 폭염예보.

열대야를 보내고..

 

 정중앙의 주중

밤새

더워서 뒤척임으로

우왕좌왕의 이틀째..

세계적 몸살

열돔현상 예고화.

 

 3rd 목요일

임플란트 2차시술 하려고..

아직

나의 치골가루가

덜 여물었단다.

스켈링만 하고

두달 뒤 다시보기로..

무더운 귀갓길

얄궂게

머리가 두터워

답답하다는 생각의 지속적 억눌림.

지저분하게

희끗한 흰머리 덥자고

코팅을 하잔다.

OKAY!

머리컷과 코팅도 맘에 든다.

아침에 나선 길,

집에 들어오니 늦은 오후다.

일주일 중

집콕탈출의 하루

 

 벌써 주말

모두들

집에 있는 시간은 풀타임 냉방.

다음주는

열돔현상으로

무더위의 끝판을 예고하는데..

어찌 견뎌낼 것인가.

 

 다 치우고

얼른 시장행.

지나오는 길에 본

블루 스퀘어의 문구가..

 

'여름아~ 있는 힘껏 더워져봐라.

나도 마음껏 뜨거워질테니'

 

에고,

가만 있어도

'앗, 뜨거워'

주체가 안되는 나한테는

힘껏 더워지는 여름은 

힘껏 사양할래요.

텅빌 리 없는 서울,

한산한 거리

내려다보는 뭉게구름 품은 하늘은

빳빳한데 

느낌은

너그러움 만렙이다.

집에 들어서자

밭에서

감자를 다 캣다는 Hus.

사서하는 즐거운 고생과

뒷정리 귀찮은 나의 노고가

환장의 콜라보다.

대충의 

야채거리 정리하고

에어컨을 켜니 35도다.

헐..

 

 막

아침의 경계선을 넘은

3rd 일요일.

고요한 거리에

한낮의 절정이 어떠할 지..

그 스퍼트의 예고가

쨍함의 샛노랑으로 

'우쉬! 다 죽었어!'

하는 알림.

여름의 갑질행태.

작년 여름의 지루한비보다는

낫다고 위로해볼까..

 Hus가

현관 앞에 세워둔 감자

아침에 후딱

집집이 돌리잔다.

모두들

반기는 햇감자.

다 퍼줘서 즐거운

한여름의 감자산타

돌아오는 길.

하늘하늘한 하늘이 예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처치곤란 햇감자가

가져다 준

해피한 아침나들이.

(그랬는데 속도위반 스티커가 떡! ㅜ)

 

 월요일 오후

마침내 

소나기가 한바탕.

냉방기도

후닥

낮은 기온으로 내려앉는다.

감사지경.

 

 베개커버를 갈아야 하는데

도통

맘에 드는 것이 없다.

게다가

가격도..

동대문 종합상가로 갔다.

짜투리천 3마.

충분할 줄 알았다.

할 일 없이 

빈둥대다 일감 찾기.

잘됐다 싶어 손바느질 시작.

슈퍼싱글 크기에 맞는

큰베개 하나와

퀸사이즈 베개 두개 만드니

정말

짜투리만 남았다.

짜투리를 사러가야 할 듯.

나도 

사서 고생을 하고 앉았다.

가만 있을 리 없는 Hus의 반격.

Give &Take.

사는 일의 옳고 그름을 묻자면?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의

'그때는 맞고 지금이 틀리거나

그때가 틀리고 지금이 맞거나' 이다.

 

36-37도를 알리는 중복 아침.

저녁은

불을 켜서

냄새를 피우는 식사준비는

지양하자고 제안.

배달음식으로 만장일치.

주문하면 바로 오던

생수배달이 

며칠 째 감감소식인데

배달하는 이들의

수고를 덜어주어야 하는가,

이럴 때일수록

그들의 수입에 일조해야하는가.

여튼

아침 설거지를 시작으로

대청소로..

선풍기 두 대

비누칠해

박박 문질러 때 빼고

욕실 청소까지.

기지개 켜는 오전의 태양을 짐지고 

후닥

해치운 집안 일.

 

 4th 주말

댓바람에 텃밭 가는 Hus.

이 폭염에?!

저 좋아하는 일은

때론

제 정신이 아닌 게지만

좋아죽을 일이 있다는 건

틀림없는 활력.

여린 얼가리만 반가웠다.

옥수수, 가지, 오이, 깻잎, 대파는

팔아도 될만큼 항금 ㅜ

옥수수는 바로 쪄서 식혀 냉동실행.

여린 얼가리는

깨끗이 씻어 물김치로 만들고

저녁에

참기름과 통깨 살짝 뿌려

얼무김치까지 넣어

국수에 말아주니

국물까지 흡입한다. ㅋ

대파도

잘 씻어 먹기좋게 썰어

냉동실에 넣었다.

그냥

이 폭염에

날 잡은 거지만!

사다먹는 게 합리적이지만!

입만 아픈 노릇이다.

자급자족하루 체험.

 

 일요일 아침,

또딸을 꼬드겨 집밥 챙김.

냉장고 없던 예전엔,

여름에 말이야

이런 음식들을 먹었단다.

(가지가지한 과유불급의)

가지 (몇개 꺼내) 쪄서

양념장 얹어 먹고

식초, 설탕 넣어 무친

(Hus가 따온 처치곤란

늙은 오이로 만든)

오이지를 먹었지이.

저장이 어려우니 상하지 않게, 짜게!

뭐 여름에는 땀이 뻘뻘나니

염분 보충도 필요했구..

Hus의 농사 수확물로

건강한 여름 아침상 차림.

 오후,

구석에 처박힌

단호박이 눈에 화악.

'에고오, 너도 있었네..ㅜ'

에라 모르겠다.

더워 죽어보자

단호박 껍질 벗겨

찬밥과 믹서에 갈아

호박죽 만들었다.

그리고

냉방기를 켜니 또 35도.

도쿄 올림픽

양궁 선수들 보며

힘껏

열정의 응원으로

무더위와 맞장.

 

 아침부터 죽여주는

마지막 월요일. 

그래도

아침이 한낮보다 나으니

냉수 1L 흡입하고

불 앞에서

미리 저녁준비까지..

살자고

먹는 것 같은 먹는 일이

고되다.

 

 백신 1차 

단골 내과에서 접종.

지난번

피검사 결과 보시며 초음파 보자신다.

행동이 힘들만큼 뚱보도 아니건만

나의 비만 지수가

간수치를 올리나보다.ㅜ

 

 집에 오는 길에 보니

단지안의 풀꽃들,

자연에 순응하며

저대로

잘 살았건만

자연이 더위로 몸살을 하니

비빌 언덕 없어

땡볕에

푸석푸석 말라간다.

폭염에

누가 

불 끄듯

물을 끼얹어 줄 것인가.

풀꽃!

너는 

알아서 잘 자랐던 야생화,

 

 안산에 살지 않는

안산 선수의 화끈함에

드라마보다

진한 드라마 같은 우승에 격한 응원,

우뢰같은

나의 목소리가 환호.

아고오,

백신 맞고 조심해야하는 

내 팔이야 ㅋ

 

 그리고

작별의 아침.

몹시 뜨겁게

 

B.Y.E. 2021'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