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여름밤
김수영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소음도 번쩍인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여름밤은
아래서 더욱 좋다
소음에 시달린
마당 한구석에
철 늦게 핀
여름 장미의 흰구름
소나기가 지나고
바람이 불 듯하더니
또 안 불고
소음은
더욱 번성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다 남은 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던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기 전날
우리는
언제나 소음의 2층
땅의 2층이
하늘인 것처럼
이렇게
인정의 하늘이
가까워진 일이 없다
남을 불쌍히 생각함은
나를
불쌍히 생각함이라
나와 또 나의 아들까지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 남은 날
땅에만
소음이 있는 줄 알았더니
하늘에도 천둥이,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없는 더 큰 천둥이
있는 줄 알았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천둥이 번쩍인다
여름밤은
깊을수록
이래서 좋아진다
(1967. 7. 27)
***************************************
6월 첫날부터
기분 좋은 말귀들을 연속으로 들었다.
덕분에 안정감 찾고
알아줌
즉
인정 받음에 대해 감사.
열심과 진정으로 보답하고프다.
자매들의 다툼
그 흔한 일상.
둘은 치열한데
(아니, 정확히는 마딸만)
이를 다 경험하고 겪은 이들에게는
그저 실소의 해프닝인..
이해는 되지만 용납에 대해서는
투정이 앞서고 마는..
마딸은 Selfish, 또딸은 무심함.
가엽게도
마딸은 동생에게 매번 치인다.
마딸은
항상 자기가 먼저라 양보가 없고
자기가 얻는 혜택은
당연시 받아먹고 입닦기쟁이인데
원칙 준수는 모범적인 면을 들어 콩쥐 코스프레한다.
또딸은 니것 내것 구분이 없는 데다
쥐뿔도 없으면서 뭐라도 있으면 퍼주기 일색이라 황당하다.
또딸이 하도 언니 티셔츠 훌렁 입고 나간다고 마딸이 툴툴.
보다 못해 또딸의 티셔츠를 요일별로 입을 수 있게
색깔별로 장만해줬다.
그랬더니 ㅋ
Selfish 마딸이 또딸처럼
말없이 또딸이 입지도 않은 새 옷을
요일별로 챙겨 입기 시작한다.
마딸 입장으로 보자면 또딸이 광분해야 하는 상황.
또딸이 따져 들면
마딸이 '그동안 너의 한 짓을 생각해 보라!'
할 참이었나 보다.
BUT
또 딸은 아무렇지도 않다.
나중에 차차로 입으면 된단다.
언제나 동생에게 치이는 마딸,
톰과 제리 닮은꼴.
목요일에 내리는 비는 나무를 적시는 비.
긴 세월 꼼짝 않고 기껏해야 바람에
이파리 흔들거릴 뿐인
고목에게 하소연이 길어
울보마냥 펑펑 쏟아내더니 후련했던 것일까
다음날이 어찌나 투명하고 선명하던 지.
비온 뒤 땅이 여문다더니
하늘도 맑고 단단하게 여물어 보이고
투명초록 무성한 산자락 또한 단단한 하늘 아래 넉넉하다.
명쾌한 시야에 유쾌한 미소,
상쾌한 호흡에 내 생의 순간을 보탰다.
어두워지자 밤의 영광인 조명등이
분수마냥 아래에서 위로 빛을 퍼뜨려 초록의 근사함을 발산.
1967년의 여름밤도 이랬을까?
여름과 초록의 조합.
1st 주말
영화 'Taxi Driver'를 읽다.
새벽 댓바람부터 볼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게 반세기를 지나 영화 'Joker' 가 나온 것 같다.
사회적 절대 약자 신세로 심신 미약의 울분을 키우다 방어모드인 양 반격.
트래비스는 억지춘향의 영웅이 되어 사회 속으로 들어오지만
아서는 보다 현실성을 반영한 듯.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무력한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무력이 길어지는 일은 존재감 박살로 처참함을 넘다
그만 사회로 조준되면
모두에게 묻지마 두려움인 거다.
사회복지의 절대필요성.
아침녘부터
문자, 톡, 전화가 요란법석 그럴 때니까..
그리고
햇살 쏟아내리는 오후가 돼버렸다.
가계부 정리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 빈둥빈둥.
저녁 무렵,
MT 다녀온 Hus가 산나물 듬뿍 안고 들어왔다.
초록을 손질.
일요일 댓바람.
우습게 생각한 6평을 망해먹은 또딸은
자발적 기상으로 5월의 무기력에서 탈출.
가방 메고 독서실로.
새옹지마.
'점심 먹으러 오라.' 하니 끄덕하고 나간다.
제 인생에서 수고스러운 때이나
이때가 자신의 Monument적 어느 때이기를 바래보지만..
으그으, 며칠이나 됐다고 ㅜ
그새 앓는 소리를 한다.
젠장.
덥다.
올 것이 온 본격 여름 말이다.
미드 시리즈 하나 시작.
무료한 즈음 기분 Up이 필요해서.
깨달음 하나.
당연
이성 우선인 업무적 부분에서 감정 배제 말이다.
그 허허로움에 절대필요인 사랑의 진한 역할.
잘잘못이나 옳음을 따져 개선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심신의 지침, 그 어깨를 묵묵히 다독여주는 위로.
딱 변진섭의 ♬)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가 존재의 원천 같다.
2nd 토요일
Hus의 4남매 서울살이의 조력자셨던
(아주버님보다 한 살 많으신) 시숙모님의 칠순
우리 부부가 대표로 식사 대접과 선물 전달.
기대하신 것보다 흡족하신 모양이다.
매년 그랬다.
본격적 냉방이 필요한 때마다 적시에 작동 불가.
하필
더워도 겁나게 더운 날 ㅜ
학생 아이들의 머리가 푹푹 젖어가고
나 또한..
귀갓길 올라탄 버스에 감사.
스콜도 아닌 것이 또비, 자꾸비, 밤새비다.
다습 품은 후덥지근.
이후 쨍볕과 투명하늘,
청량바람에 살랑거리며 속까지 훌렁 까보이는
고목이 걸친 녹음은 교태 대신 중후함의 향연.
여름의 무르익음이다.
마스크만 내린다면
흡족하게 자연을 호흡할 것을..
더할나위 없음의 아쉬움.
작년
기초학력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노고가..
올해 최상위 아이들.
그 소그룹의 견제와 경쟁의 눈빛
이럴 때의 모습들 가장 사랑하고픈 짜릿함이다.
3rd 주말 아침
이불 빨래.
벌써 여름 이불로 갈아야 했다.
베란다에서는 까치가 깍깍,
건너편 어딘가에서는 까마귀가 까악.
너희들도 아침은 새로움인가 봐?
일주일이 또 열정적으로 지나가고
심신의 지침,
그러나 활력적이기도 한..
22일 화요일.
천둥, 번개, 우박까지 예상된다며
우산을 챙길 것을 알리는 일기예보 무시하고
그냥..
열정의 수업 중에 내리는 소나기.
그러나
하굣길도 무사.
잘 피해 간 비
Hus가 밥 먹고 온단다.
절로 나온 Thanks답문자.
마딸은 알바 가고 또딸은 독서실.
나의 끼니만 떼우면 된다.
나에게 있어 오래전 입맛인 Fried Chicken으로는
원조급인 KFC에 들러 오리지널 치킨 등등 포장 주문.
조정석의 ♬) '비와 당신'을 들으며
혼자서 Coke와 옛날 치킨 음미.
시장기에 허겁지겁 냠냠이었지만 살아있음의 작동.
무엇보다 무료와 단조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던 오늘의 압권은
모든 수업 내내 열정에 부응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한 하루였다는 거다.
마지막 주말, 이른 아침,
자동차 바퀴에 치여 아스팔트 위를 튕겨나가며 울리는 빗소리.
도로변을 향하고 있는 열려진 베란다 창 밖의 소리 데시벨이 요란스럽다.
지난달 어버이날에 받은 카네이션..
져버린 꽃들 잘라내니 곳곳의 몽우리들이
다시 꽃을 피우는데 발갛고 또렷함이 참으로 곱다.
일요일 아침 (다음 주면 7월이겠군.)
휴일의 이른 아침 한산한 차소리들.
대부분이 휴식 중인 모양이다.
가끔은 가르침의 성취감으로 좋았던 날들,
반면
끊임없는 학교폭력 선도에도
아이들의 지칠 줄 모르는 혈기와
이를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의 시름,
그리고
그 보호자들 간의..
중재자로서 중심에 선 선생의 고된 역할.
'세상에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쉬운 일 있으면 나오라고 해!'
2021, 6월.
그 색을 묻자면
초록!
이별곡은 BeeGees의 ♬) 'Words'로.
후지고 격 떨어지게 하는,
분수처럼 토 쏠리듯 나오는 만신창이지만
그럼에도 말과 글의 미화를 위하여.
1967년 쓰인 시, 동시대에 등장한 노래에
지금을 살고 있는, 기억 모아 월기에 담다.
B.Y.E Jun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