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베고니아

쨍쨍하늘 2021. 1. 31. 08:30

 

 

    베고니아

                          김용택

 

 

아파트 창틀을 넘어온 햇살이 좋았다

햇살이 찾아오면 먼지들이 피어났다

나 없이도 지들끼리

잘 놀다 가는 작은 뒷방

베고니아를 키웠다

새벽에 일어나 시를 쓰고

쓴 시를 고쳐놓고

나갔다 와서 다시 고치고

 

베고니아,

아무도 못 본 그 외로움에

나는 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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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보라!

동해 말고 어느 곳에서도 환하게

떠오르는 태양,

이제 

나도

그 태양을 간직함이 옳지 않은가!

하는 다짐으로 시작해 보자.

 

 새해부터

(예정된 계약직이 끝나) 실직.

하여

Hus가 나보다 먼저 나가는 것을 보게 됐다.

더는 현모양처는 아니지만 주부님의 역할로 돌아왔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일까.

쉬고 있음이..

아침,

아니

하루의 늘어짐과 커피잔의 긴 여유는

아직 감사지경이다.

Break가 감사한 삶의 리듬.

 

 요즘은

매일 인디필름을 읽고 있다.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

유사하게 인디..는 아니지만 'Mirror Has Two Faces'

죽을만큼 좋은 것이라 저항불가라는 사랑의 충동,

때로는 열정.

각자가 고수해 온 방식도 무력화 시키며

무방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유의지의 구속이거나 안정적 normal life를 부르는,

세기 불변으로 욹어먹는 뭐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점을 보러 나섰다.

사주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내가 판단하는 가족들이 낯선 이의 점괘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일.

소름.

 

 저녁

창 밖이 뿌옇길래 내다보니 함박눈이 펄펄.

거실 쪽에서 내려다 본 도로변은 아수라장.

늘어선 차들은 거북이다.

어떤 이는 내려서 차를 밀(어주)고..

현관을 여니 직선으로 바라다 보이던

롯데타워는 뿌연 하늘에 가렸다.

순식간에 주변이 눈천지.

집 안에서는 가족들이 중무장하고 장갑 찾느라 난리다.

도로는 속수무책이나 애 어른 할 것 없이

사람 마음은 모처럼 놀이동산을 집 앞에서 만난 모양이다.

SNS도 난리다.

바로 눈사람도 올라오고..

저마다 

눈천지에 축제를 맞은 듯 들뜬 모습들.

사람 사는 모습중

보기만 해도 신나는 생동적 연출이다.

그러나

예고된..

 

 한파를 맞은 아침.

Hus의 어둑한 출근길.

함께 한 세월 속에 녹아내리는 측은지심.

도로는 제설 탓에 까만 아스팔트가 드러났지만

추위를 알리는 바람소리는 매섭다.

나는 집 안에 꽁꽁 들어앉아 

할 일 부재로 대책 없는 청승을 떨게 될것 같다.ㅜ

 

 내가 출근하는 대신

Hus를 출근시키고 난 아침마다

인디필름을 뒤져서 읽게 된..

'Kevin'

힘든 선생질 중 역대급인 아이와 O.L

 

 대설 이후 금요일.

아침 영하 18도.

체감 온도는 영하 25도란다.

거실 이중창의 바깥쪽에 성에가 끼어 밖이 보이지 않는다.

죙일 추울 거라는데

오늘 중으로 밖을 내려다볼 수는 있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내 마음 같다.

아아악..

깜짝이야 ㅋ

점심 무렵,

유리창에 단단히 붙어있던 성에들이 

스르륵, 툭 녹아내린다.

 

 주말 아침의 인디필름. '플로리다 프로젝트'

여인숙에 머무는 하루살이도 버거운

장기 투숙객들의 이야기.

그곳에서 편모들과 자라나는 아이들.

생계의 찌듦으로 사회에게 부여되는 질서를

무시하는 일이 몰염치의 습성으로 생활화 되기도 하고..

(편부와 생활하는 'Honey Boy'와 흡사.)

마침

세살 아이가 내복 바람으로

편의점에 도움을 청하러 간 뉴스를 접했다.

엄마는 수사대상이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갈 수 밖에 없는

엄마의 상황은 어떻게 참작될 것인가.

먹고 사는 일에 치이는 엄마의 삶은

이렇듯 아이를 방치 수준으로 성장하게 할 것이고

그 아이는 성장 치료가 필요할 지도 모르는 실화의 한편을 보여줬다.

하여

사회가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떼어놓을 수는 있으나

여지껏

생존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모정 또는 부정을 갈라놓으면서

아이의 정서 성장은 어찌할 것인가?

잘은 아니더라도 최악을 줄이자는 이유로?

보호자에게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일을

기회의 우선 수순으로 정하면 안될까.

('탈룰라'라는 영화 대사를 빌려)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  이들이 아닌 경우 말고 말이다.

사는 일이 단순할 수 없는 노릇이라 이도 어려울 것이다.

 

 한파의 기승이 잠시 주춤..

막 어둠에 밀려나는 시퍼런 색의 세상과

폭설에 얼어붙은 지붕 위의 하얀 눈이

시리게 엉겨붙는 아침이다.

다 내려놓으면

그제사

손에 잡히는 것이 있을까.

자꾸 매달리게 하는 글질.

 

 예약된

임플란트 첫번째 시술.

말 많은 의사 선생님의 예민한 손놀림은

수다를 잠시 누를 지경.

맨 끝쪽 어금니라 나의 입은

뜯겨나갈 정도로 벌려져야 했다.

다음날이면 붓겠다며

간호사가 입 주변에 연고를 발라줬다.

마스크를 했기에 망정이지..

거리로 나오니 함박눈의 거센 날림.

바닥은 얼지 않았으니

세상이 보이는 버스를 타고자..

안되겠다.

지하철을 타고 어둔 터널을 지나

그러나

안전하고 빠른 귀가.

아이스팩 찜질에 핵시대딘이라는 소독액으로 가글.

입천장에 얽혀붙은 수술실밥이 혀 움직임에 따라 알림!

조심해야 할 것들을 상기시킨다.

한차례의 고통이 지나야 아픈 것들을 삭제할 수 있는

건강 상식. 사는 일의 상식.

 

 잠시 내린 폭설 이후 그 다음날,

나의 아침은 무료한데 뭘 하고 싶은 의욕 대신

아직은 쉬어줘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도 있지만

기껏 얼마나 쉬었다고 쉬는 일이 일하는 때보다

더 고된 것 같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신선했던 프로그램의 퇴색.

손님 불러놓고 우리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자화자찬 하는

진행자들도 대략 민망.

나아가

이젠 외국 손님에게 우리 음식 잘 먹는다며

마구 먹여 'So Good'의 억지춘향을 연출하는, 

보기만 해도 걱정 한가득인 먹방을 찍어대더니

한방 처방을 들이대 위험하다며 자제를 경고한다.

시청률을 위한 '병 주고 약 주고'

사람 잡겠다는 우려의 눈살이..

단순 재미를 위한 자극성과 지나침.

죙일

시청자들이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으로 눈치력 발휘하는,

전국민의 어설픈 전문화에 주력하는

뉴스 방송의 쥐어짜는 노고 또한..

Pretend.

It's a Showbiz?!

하여

갈수록 볼거리가 줄어가는 TV.

 

 주말.

모두들 제방에 하나씩 들어앉아

집집마다 엥겔지수만 높여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빈곤현상(?)은

언제쯤 멈출 것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

처음엔 가볍게 내디딤.

일주일을 워크샵.

고마운 건 도전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거다.

현실감이 똑똑..

배워야할 것은 더 있는데 결정이 남았다.

 

 1월을 마감하는 마지막 주 월요일.

공공기관에 이력서 제출하고 워크샵 모임으로..

망설여지는 일들이 많아 머리 헝클어트리기.

열펌과 코팅.

퍼머가 맞진 않지만 정수리 부분의 머리가

푸욱 가라앉아서리..

날이 어찌나 더운지 사람들이 걸쳐입고 나온

겨울 패딩들이 무거워보이는 하루.

 

 화요일

비가 내린다.

영락 없는 봄비다.

늦잠으로 늘어지는 아이들 깨워 창문 열어놓고

지들 방 각자 정리하게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비 내리는 밖을 보자니

정말이지 딱!

새학기를 맞은 3월의 어느 하루 같다.

죙일 내리는 비, 축축한 아스팔트와 타이어의 마찰음 소리들

그리고

나얼의 ♬) '그대 떠난 뒤'가

제대로 어울리는 늦은 오후.

 

 벌써

1월의 끝

매일이 이별이라 내일을 꿈꾸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생존의 굴레.

 

 힘들게 꾸역꾸역 숨을 쉰 1월이었다.

BYE, Ja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