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돌아온 자
살아서 돌아온 자
박노해
진실은 사과나무와 같아
진실이 무르익는 시간이 있다.
눈보라와 불볕과 폭풍우를
다 뚫고 나온 강인한 진실만이
향기로운 사과알로 붉게 빛나니
그러니 다 맞아라
눈을 뜨고 견뎌내라
고독하게 강인해라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음해와 비난은 한 철이다
절정에 달한 악은 실체를 드러낸다
그대 아는가
세상의 모든 거짓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자는
그 존재만으로 저들의 공포인 것을
진실은 사과나무와 같아
진실한 사람의 상처 난 걸음마다
붉은 사과알이 향기롭게 익어오느니
자 이제 진실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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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째 주말 아침.
한주를
정신없이 보내고
집으로 들어서자
지친 심신의 피로로 끙끙..
우울을 이겨보려고
몸이
더 아픈 척하는 것은 아닐까..
늘 그렇듯
습관처럼 이른 아침
눈을 뜨고
나의 월기장을 펼쳤는데
어디선가
나 같은 끙끙 소리가 난다.
거실 끄트머리 쪽으로 가서
기웃거리거니
지난달
가평 친구 집에서
데려온 악기 속에서 난다.
나무가
기지개를 켜는 것도 아닐 테고
첼로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마구 흔들어대니
바싹 마른 나뭇잎 쪼가리
두 어개 떨어지고 만다.
안에 들여다 놓고
잠시..
또
살아있음의 끙끙 소리가 난다.
다시
복도로 들고나가
이번엔
악기를 여기저기 통통 쳐봤다.
그러자
밖으로
통할 수 있는 틈 사이로
이름도 알 수 없는,
벌 같기도 한
두 마리의 곤충이
꼭
부둥켜안고 튀어나와
멀리 날아간다.
저 작은 것들의 소리가
두꺼비 울음소리만큼 울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사력을 다한 것이었을까.
주말의 혜택!
늦잠에서 깨어난 자식들에게
신기한 듯 떠벌이자
악기 사이의 공간이
울림통 역할이라
곤충들의 소리가 울려서
크게 들렸을 것이란다.
그러게ㅋ
미스터리란
근거 없는 상상력의 총동원.
미스터리 Vs 과학이 주는 진미를 만끽하는 아침.
여튼
예기치 않게 방생으로 시작한 아침이다.
기는 곤충이었다면..
눈에 띄는 순간
알 수 없는 공포의 비명으로
그저
생존의 이유가 전부인
곤충을
정당방위라 여기며 해치지는 않았을까..
나는 것이라 천만다행이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작고 여린 것들이건만
공간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대할 때는
나도
화들짝 소리 내며 놀랬다.
악기를 집으로 가져온 지가 한 달도 넘으니..
아무 소리도 없던 이 녀석들은
생명이 완성되기 전이었을까.
공생의 자연이
도시 한복판에서 연출.
이 녀석들,
자기 고향까지 날아갈 수는 있으려나
아님
도시의 이민자로 정착하려나..
왠지 기분 좋은 아침이다.
그런데..ㅜㅜ
욕실 거울 쪽 천장에서 누수 발견.
윗집은
주말 내내 욕실을 사용할 수 없다.
서로의 불편.
월요일
댓바람부터 천장을 뚫고 대공사.
욕실 천장 갈고 등도 환하게 교체.
에구머니나..
욕실 벽의 땟자국들이 군데군데.. ㅜ
여름 더위에
열성을 다할 수 밖에 없는 대청소.
그러면서
하나, 둘
어수선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여기저기 또 대청소.
집에서 살림만 했을 때의 부지런함 발동.
모두
제자리로 정렬.
그리곤
뻔할 뻔자로.. "에고 지고.."
마침내
여름의 열기, 폭염(주의보)
집에 들어서면
뻗음, 뻗음.
이제부턴
쉬지 않고 일을 해야겠다.
쉬는 순간
병을 달고 살 것 같다는 확신.
주말부터
체중의 무게에 대해 해이해짐
각성!!
장수를 바라는 대신
죽는 날까지 병고가 없기를.
둘째 주말.
일주일이 후딱..
쉴 수 있는 시간도 많건만
나의
지고는 깊은 무기력.
말하는 것도 귀찮다.
사람 만나는 일은 더욱 더..
심신의 피로는
짓눌러대던 강적의 우울에게도 완승이다.
내 속의 다른 나(들)의 견제와 균형.
수험생 또딸의 중간고사 기간.
답답하단다.
주말마다
드라이브 타령이다.
지난주는
과천에서
인덕원, 백운 호수를 끼고돌았다.
초록이
쿠션처럼 푹신해 보이는 여름 산에
잠시
취하다 돌아왔는데..
이번 주는,
장안에서 가장 氣가 센 곳이라는
정독 도서관으로..
일요일 (늦은) 아침,
한산한 북촌 거리는
여느 주택가의 아침처럼 차분했다.
마침
정독 도서관은 휴관일이다.
한적한 도심의 매력적인 아침이다.
그 옆,
또딸과 함께 한 교육 박물관의 기억에
웃음꽃도 활짝.
서울토박이인 나.
국민학교, 중학교도 서울 한복판에서 나왔고
국민학교 때 소풍 장소는
장안의 궁궐이었던..
어릴 적 기억 듬뿍인 곳들.
터의 역사와 안내도를 제일 먼저 챙기는 Hus.
또딸왈,
"이게 뭔 줄 알아?"
"나 때는 말이야.."
아부지의 꼰대 언성을 흉내 낸다.
맹사성 터를 돌아보려 했는데
차를 갖고 올라가는 길을 놓쳐서
성대 꼭대기의 후문 쪽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와서는
을지로, 퇴계로를 질러
그리고
추억의 빵,
태극당의 사라다빵과 모니카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귀가.
또딸의 책과 사투.
가장 행복한 때인 것을 알 리 없는 아이는
투덜투덜 댄다.
가장 힘들 때를 이기고 나면
그때가 자기 생애에 있어
에너지를
최고로 비축하는 시기인 것을..
끝내
이기고 웃어주기를 바라는 에미의 마음.
쨍한 월요일 오후,
학교를 나서는 길에
선풍기 같은
상큼한 바람이 치고 지나간다.
학교 앞,
리모델링한 아구찜 집.
야심 차게
걸어놓은 멍게 비빔밥이
눈을 홀리면서
시장기를 부추기는 바람에
김에 싸서 좋아하는 멍게를 야금야금..
양념에 무친 생굴도 냠냠..
카페라테 하나 사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홀짝홀짝.
'음, 땡볕 아래 여름 바람이
이리 신선해도 되는 건가?'
기상학에 근거한 일기예보로 말하자면,
찬 공기와 더운 공기의 만남이란다.
6월의 중간을 넘어
끄트머리로 가고 있다.
분주한 아침 탓에
편안한 아침을 맞는 일은 주말뿐.
어느 때보다 TGIF.
6평..
점심으로 싸준 전복죽이
너무 맛있어서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또딸의 독서실행.
덕분에
여차저차 긴장 풀린
나는
수면의 늪으로 쑤욱 빠져들었다.
마딸이
그런 내 옆을 오가며
청소를 하는 것 같았다.
잘 자란 내 새끼.
Thanks♥
이후
나의 수면은
금요일 오후를
나의 기억 자체에서 Delete.
그리고..
맞은 토요일 아침.
Morning Has Broken!
가벼운 파도가 몰고오는
해변의 아침마냥
간간이
들려오는 자동차 달리는 소리.
도심에서 느끼는 파도소리다.
익숙한 아침의 안식.
오늘은
또딸의 운동화도
새로 장만해줘야 하고
일주일치 장도 봐야 한다.
아이와 운동화 사러 나선 거리는
젊다는
한 밑천의 청춘으로
성장중인 가방을 멘 아이들 천지.
딱! 콩나물 시루통이다.
왠지 살아있음의 부러움이 울컥..
오후는
일주일치 먹거리 준비.
늦은 밤,
독서실에서 돌어온 또딸이
제발 들어가서 자란다.
소파에서 나는 코골이 소리가
지나친 소음이란다.ㅜ
요즘
나의 생애는
'몸이 지쳐 곯아떨어지거나
몸이 살만하면 우울에 눌리거나'다.
우울이란
고통을 야기한다고 하는데
고뇌네.
젠장.
잇몸이 살살 아팠다.
칫솔질을 더욱 세게..ㅜ
(제 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다.)
Bleeding.
치과로 달려갔다.
마지막 어금니가 삭았다나..
발치하고 석달가량 잇몸 튼튼하게..
다음,
임플란트 해야 한단다.
당장
발치가 부담스러우면
잇몸 염증 치료제를 먹으면서
고민하다 연락을 달란다.
노년으로 가는 잇몸이
지금보다
더 튼튼해질 리는 없을텐데
임플란트는 좀..
근심 가득한 채로
끼니 채우듯
매일
먹는 약에 한가지 더 얹어
먹는 약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이지
올 6월은
에고지고의 달이다.
마지막 주말 아침.
돌아다보니
살리에르의 비애투성이인 듯.
이러한 때
세월의 무심함을 째려보면
더욱 운명의 노여움을 살라..ㅜ
도시 속 자급자족의 식생활.
꿀 떨어지는 잠을 자는 Hus.
친구의 전화에
벌떡 일어나
세수도 않고 달려나간다.
쇠 빠지게 일하다 정년에 은퇴한
3명의 텃밭 멤버들.
이미 셋이 나누어오는 것이지만
것도 넘치고
다른 지인들에게 나눠먹자고 연락하면
반갑거나 고마운 대신
사양이 먼저다.
차라리
필요한 만큼 사다 먹는 것이
여러모로 편한 노릇인 걸..
나 역시
제발
그만 실어날랐으면 좋겠다.
이들에게는
노년의 즐길거리지만
그 수확물이 집으로 오면
시들어가다 썩은 폐기물이 된다.
'차라리 팔아보시지요?'
이번엔
감자, 호박, 오이, 파, 상추, 고추..ㅜ
넘쳐나는 감자는 삶고 갈고
사라다빵에 들어가는 내용물 만들고
호박을 가는 채 쳐서
갈은 감자에 넣어 감자전..
새알심 크기의 감자 잔뜩은?
조림용이란다.
'니가 다 만들어보세요!' ㅜ
좋아!!
이번 주는 장 안 보고
수확해온 야채들로 일주일 보내기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면
마트를 다녀와야할 것들이 생기니..)
다음주에도
이렇게 실어다 나르면
또
그렇게 먹을 거다.
'당신의 즐거움이 어디까지인지 봅시다요!'
일요일 아침.
꽈리고추는 아니지만 그냥 먹기 맵다는
풋고추 넣어
작정한대로 감자 알조림 성공!
파는
잘 다듬어 파김치 만들고
파뿌리는
깨끗이 씻어 물 빼고
육수용으로 쓰기 위해 냉동실에 저장.
호박은
파김치 양념 쬐금 덜어내 섞어 호박조림!
다 먹을 때까지
일체의 밑반찬 생략할 거다.
파김치 만드는 거 맛 본 자식들
삼겹살의 조합을 말한다.ㅋ
하여
저녁은
삼겹살과 목살로.
마트를 갈 수 밖에 없다는..
아침부터
만들어 냉장한 육수에
바로 양념한 오이 냉채,
고기파티 앞에 내놓자
Hus가 좋아죽는다.
다음 주는
몇고랑의 감자를 가져올 거란다.
파도
매주 가져와
이렇게 파김치 담그잔다.
이거 아닌데..
나의 취지와
한참
엇나가고 있다. ㅜ
2020, 6월과 Adios
마지막 날.
비가 내린다.
전국적 장맛비란다.
너무나
댕강 잘라버린 머리
아침이면 제 멋대로가 참..
드라이기 들고
머리 정렬하자니
Black +Silver다.
그러나
mixed는 안된다.
검은 머리는 검어도 너무 검고
흰머리는 빳빳한 것이
은 목걸이 해도 될 수준이라
Silver grey의 멋짐 뿜뿜 연출 불가다.
어째
외모로는
이리도 총체적 꽝일까.
신의 노여움을 받는 중에
인간세상으로 도망친 운명인가보다.
서둘러 등굣길에 나섰다.
출근길,
밀리는 차들과 반대로 달리며
바라다 보이는 대모산 자락이
뽑아낸 초록과 보슬비.
아침의 서두름과 분주함이
가져다주는 신선함.
'아고오~'
살아있음의 찰라적 감탄사.
불쑥 바다가 너무 그립다.
BUT
Co Virus19의 위력에 ㅜ
느낌의 느낌만 받는..
6월의 이별곡은
Righteous Brothers 의
♬) 'Ebb Tide' 로 해야겠다.
BYE! JUN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