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노래
4월의 노래
정호승
사월이 오면
저 산을 뽑으리라
산새도 살지 않는
사람들도 쫓겨간
저 붉은 산을 뽑아
바다에 던지리라
개꽃이 피고
개꽃 잎이 흩어져도
저 붉은 산을 뽑아
바다에 던지고
치유의 무덤 앞을
떠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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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나의 월기(月記) 블로그.
지난 두 달여..
나는 목표를 만들어 달렸다.
늘 그렇듯
희망 같은 목표는 그 과정 동안만
꿈꿀 수 있는 행복(?)이고
목표물의 결과는 항상 좌절이다.
그리곤
이런 패배주의의 무참함은
아무 데나 속사포 같은 수다로
나의 트림을 쏟아내게 한다.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습관.
코로나 바이러스.
지루하다고 여긴 일상으로
되돌리고 싶은 즈음이다.
비정상적 집콕이
싫증을 넘어 무기력이다.
늘어지도록 집콕 좋아하더니만
변덕스러움의 극치다.
시원한 물속으로 푸욱 스타트하며
물살을 가르고 냅다 달리고 싶지만
거리 두기가 필요한 즈음의 발목 잡기.
달랑 동네 한바퀴 걷기를 시도.
더 나이 들어 거동이 힘들 때,
죽음의 카운트 다운을 바라보는
어느 때의 미래 체험을 하고 있다는..
학교는 언제쯤 모두에게 문을 열 것인가.
아이들과 시끌법석을 기대할 수 없는
온라인 등교가 시작되고..
저마다 낯선 지금의 생활에
경미한 공황 장애를 일으키는 즈음
뭘 해도 앞으로의 밑거름이던
어릴 적부터는 너무 멀리와 버렸고
뭘 해보려는 것이
그저 실패일뿐인 현재의 도전은
문득 이번 생은
틀려버린 채로 끝날 것 같은
자조적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
모처럼
비가 내리는 금요일 아침.
집콕의 무기력에서 해방의 몇 시간,
학교의 온라인 수업 현장.
내가 가르치는 일에 지쳐있다는
진실을 잠시 잊었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속담.
그건 최후의 보루 같은 거였다.
wonder(R.J Palacio)
흰머리 주체 못하는 이 나이에
어부지리로 원서를 읽고 앉았다.
겉멋은 아니고
또딸의 영미 문학 수업 교재인데
흘깃대다 모처럼
재미나서 읽기에 빠졌고
속도가 안나
번역판도 사들여 동시에 읽는 중이다.
동시에 읽으니 감동이 더 크다.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가 떠올랐다.
내가 Auggie였다면 어땠을까?
현실 직시 차원으로 말하자면,
쪼그라든 자존감이 불러올 공격성을
자제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Auggie는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다.
따라서 Auggie가
'나는 너희들과 다르지 않다'라고
매일 알려야 할 노릇도 아니고
남들이 자기들과 다르게 보는
Auggie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것을
그저 지켜보는 것 밖에
딱히 할 일은 없다.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사회 속에서
사회에 내민 힘겨운 발길에
이런 다수의 야유나 경악,
다름의 눈초리 지양을 기대할 뿐.
평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솔선할 필요가 가정과 학교로부터
교육받아져야 할 일.
혼자여서 상호작용이
어리둥절한 아이에게
지나친 관심과 경계 대신
그저 자연스러움이 최선일텐데
평범한 아이들이 떠안아야 할
때론 힘겨운(?) 과제.
이 책은
등장하는 각 아이들의 생각이
주관적으로 담겨 있어서
각자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다.
분명 평범함은 축복.
나눔과 베풂을 통해 넓은 사회에
평화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모두들 지쳐가는 집콕에 느슨한 긴장의 폭.
언니네가 술 한잔(?) 하잔다.
피곤이 얼굴 가득인 형부,
이젠 검은 머리도 나고 숱도 많아진 언니.
북창동의 '남매집'
세대 물림이 있었단다.
사람의 손맛이 음식 맛을 달리했다.
2차..
을지로 '만선 호프' 거리까지 걸었다.
더는
집콕을 참지 못한(?) 커플들이
한산한 거리를 드문드문 메우는데
꼭 잡은 손길이 봄꽃만큼 화사하다.
을지로 입구 롯데 사거리 교차로에
쬐그만 튤립 꽃밭 흉내도 정겹다.
그러나
제각각 모여든 노천 호프는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다.
드물게
우리 같은 노친들이 끼어있긴 한데
분위기를 보자니
이제
우리는 이곳의 열기에서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담고 귀가.
월요일
나는 '월요일 아침부터라니!'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시작하는 일주일을
흐리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월요일 아침에
기분 나쁜 일들이 불쑥..
근데
그 치미는 화가 죙일토록 길었다.
이제
화요일이 되었으니 침착하게.
서툰 일에
긴장해서 망가지지 않게!
초심을 흐리는 일 말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익숙을 넘어 숙달의 경지에 오를 때
초심을 가진 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나아가 자만을
부른다는 저급한 심성일 지도 모르겠다.
희망 줍기
마침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시작된 주말.
사람들이 마스크만 했을 뿐이지
거리는 일상의 모습 회복.
4월 치고 쌀쌀한 날씨 탓에
경 패딩도 눈에 띈다.
남쪽 지방은 강풍이 건조한 산에
어김없이 봄 불을 지르는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웅산의 ♬) 'Windy Spring' 이 그럴싸하니
제각각의 아침이라는 것이
참으로 거시기하다.
커피 한잔 때려야겠군.
'Coffee Break!' 말이다.
고소한 냄새로 유혹하는
Vietnam Coffee로..
고작 한 달도 안 지났는데
희망이 꼬드기 듯 속삭인다.
' 다시 시작해야지?!'
4월의 마지막 날
착실하게 지침을 준수(?)하고
역대급으로 찾아온 부처님 탄신일과 연휴.
아침부터 뭘 할까 고민 중에
가평 사는 절친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 집에 두릅 먹으러 오라고..
달랑 두릅만 먹고 올 생각이었는데
1박 2일하잔다.ㅋ
모처럼 온 가족 콧바람 쐬러 총출동!
부처님 오신 날,
나는 살아있는 자연에 취해
나의 살아 있음에 문답을 하고
꽃 흐드러지는 5월의 첫날을 맞게 될 것 같다.
BYE!
전 세계를 힘들게 했던
바이러스 침공의 세상이여..